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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일이 커졌다. 2

by jebi1009 2023. 11. 7.

이번 일을 하면서 좀 색다른 눈치(?)를 봤다.

우리가 일을 가을이 되어서야 하게 된 것도 목수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다.

칠을 하는 팀은 모두 3명이었는데 다른 곳 일을 하고 있는 중에 주말 이틀 시간을 내서 오기로 한 것이었다.

그 팀은 우리가 일을 부탁한 목수와 함께 일을 했던 팀은 아닌 것 같고 그중 한 분만 친분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집 지붕과 천장이 높아서 비계 (飛階-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 )를 설치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목수가 말했었다.

 

기둥과 발판을 모두 가져와 연결해야만 한다. 무겁다.ㅠㅠ

 

공사 첫날 아침 일찍 그 설치물을 탑차 하나 가득 싣고 와서 그것을 내리고 집 내부에 설치했다.

물론 목수와 용가리, 나. 이렇게 세 명이서 했다. 칠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설치하는 것이다.

방에서 칠을 시작했고 우리는 마루에 설치를 시작했다.

오전 내내 설치했더니 칠하는 사람은 설치해 놓은 것을 모두 빼라고 했다.

본인들은 사다리로 다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걸리적거린다는 것이다.

목수와 친분이 있는 사람은 중간에서 좀 곤란해하고... 암튼 분위기가 좀 애매했다.

어쨌든 제일 높은 곳에 설치한 것 두 개만 빼고( 이것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모두 다시 철거했다.

물론 목수와 용가리와 내가 말이다.

목수도 좀 맘이 상한 듯...

철거한 설치물을 다시 차에 실었는데 외부 칠할 때는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칠하는 사람 한 명이) 다시 외부 벽에 또 비계를 설치했다. 물론 목수와 용가리와 내가 말이다.

 

하나도 안 쓰고 다 밀어버렸다.

 

그런데 외부 칠을 할 때에도 기껏 설치한 비계를(현장에서는 '아시바'라고 하더라) 한쪽으로 밀어버리고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 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치를 하지 말라고 할 것이지 사람 고생고생해서 설치해 놓으니까 애물단지 취급을 하는 것이다.

집 안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마루에 설치하는 것을 뻔히 보고도 아무 말 않다가 다 해 놓으니까 치우라고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물론 칠하는 분들은 사다리 하나로 천장 꼭대기, 지붕 꼭대기도 다 말끔하게 칠하는 프로다.

사다리가 더 편하다면 애초에 설치하지 말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칠하는 분들이 뭐 특별하게 언짢은 것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일도 꼼꼼하게 잘해 주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 주시고 그랬다. 그런데 왜 그럴까???

목수와는 사전에 이런 말도 없었나?

목수는 이것을 설치해야만 안전하고 작업 효율성도 높다고 했지만 칠하는 분들은 영 아닌 듯...

결국 비계 설치하는 시간과 노동력이 다 쓸모없이 되었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 비계 구조물 임대하느라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도 허비하고 힘은 힘대로 들었다.

마지막날 그놈의 비계 설치물을 다시 차에 실어 주는데 날은 완전히 깜깜해지고 화도 나고..

나중에 일 끝나고 계산서를 봤을 때 비계 임대료 50만 원이 눈에 걸렸다.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 50만 원을 목수에게 감당하라고 할 자신은 없었다.

같이 고생하고 열심히 해 준 부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 뭔가 억울한 느낌 ㅠㅠ

이번 일 중에서 가장 마음이 좋지 않았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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