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장에 다녀왔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맥주와 소주도 사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웬만한 식료품들은 온라인 주문과 택배가 가능하지만 술은 그럴 수 없어서 주기적으로 장에 가야 한다.
출발할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읍내 장에 가는 길은 오도재를 넘어가는 길이 가장 가깝다.
구불거리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비가 결정이 되어서 차창에 부딪힌다.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니 그러려니...
그런데 오도재 가까이 가니 눈발이 날리면서 완전 딴 세상이다.
우리 집에서 계속 내리던 비가 이곳에서는 눈으로 계속 내리고 있었나 보다.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
4륜구동으로 바꾸고 조심조심 오도재 정상을 넘었다.
밑으로 조금 내려오자 눈 기운은 하나도 없고 추적추적 다시 비가 내린다.
읍내에서 장을 보고 이것저것 다른 볼일도 보고 오랜만에 치킨 한 마리 사서 돌아오는 길.
집에 돌아가는 길은 오도재를 넘어야 하나?
읍내에서 돌아다닐 때는 날도 푸근하고 계속 비가 내렸다.
사람 마음이.. 아까 오도재 넘어올 때는 집에 갈 때는 돌아가야겠다고 했지만 지금 같아서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까 우리 내려올 때 제설차도 올라갔고 날도 그리 춥지 않고 괜찮을 것만 같았다.
다시 오도재로...
인월로 돌아가면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푸근한 날씨를 앞세워 오도재 가는 길로 들어서니 '돌아가시오' 차단기가 우리를 가로막는다.
위에는 심각한가 보다.
다시 돌아서 인월 쪽으로...
추적추적 비 오는 길을 돌아 인월 쪽으로 가는데 다시 빗물이 결정으로 바뀌면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인월 근처 죽림리를 지나는데 그곳은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펑펑 눈이 내린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다시 조심조심 엉금엉금...ㅠㅠ
산을 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지를 달리는데 이렇게 딴 세상으로 확 바뀌다니!
그곳을 지나니 또 눈은 흔적도 없고 다시 비가 내린다.
오도재를 넘지 않고 돌아오는데 눈을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집에 올 때까지 계속 푸근하게 비가 내렸다.
눈길을 엉금엉금 기어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냥 장에 가서 맥주랑 치킨을 사 왔을 뿐인데 어디 먼 곳에 한참 동안 여행하고 온 것 같네...
그렇게 비가 내리더니 이번주 내내 날씨가 꽁꽁 얼어붙었다.
엊그제는 눈까지 내려 타이밍 좋지 않게 도착한 택배 찾으러 마을 입구 보건소 앞까지 걸어갔다 왔다.
어찌나 매섭게 춥고 바람이 불던지 꽁꽁 싸매고 나갔는데도 눈물 콧물이 줄줄...ㅠㅠ
낮에는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쬐는데도 마당을 녹이지는 못한다.
다 얼어붙었다.
고양이들 물그릇도 얼어붙어서 아침마다 물 끓여서 먹을 물을 녹여 준다.
그런데 녹여서 먹기 좋게 해 놓은 물은 안 먹고 얼어붙은 마당 연못에 가서 얼음을 핥아먹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내 입이 다 얼어붙는 것 같다. 쟤네들은 괜찮은가? ㅠㅠ
너무 추워서 나가기 싫지만 꼬물이들 밥 때문에 마당에 나간다.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