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감을 널지 못할 뻔했다.
집 공사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가 한창 감을 깎아 너는 때였다.
게다가 시어머니 생신 서울 나들이까지 겹쳐서 시기도 늦었고 너무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겨울 간식 곶감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아 감을 사는 농장에 전화했더니 감이 있다고 했다.
20킬로 한 상자 사서 감을 깎았다.
며칠 후 우연히 곶감을 하는 농장에서 감 깎는 아주머니들이 몸이 좋지 않아 감을 깎지 못해 곶감용 감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감 욕심이 났다.
용가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혀를 찼지만 또 감 한 상자를 샀다.
그런데 너무 힘이 들어 바로 감을 깎지 못하고 이틀 정도 두었더니 감이 너무 물러졌다.
감을 가져올 때부터 시기가 좀 지나서 무른 감이 있었는데 더 물러졌다.
깎을 수 없이 무른 감은 홍시로 먹지 뭐~~
작년에는 떫은 곶감들이 좀 있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이유는 너무 빨리 말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떫은 땡감이 그냥 마른다고 달콤한 곶감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충분히 홍시가 되는 숙성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홍시가 되는 동시에 수분이 빠지면서 말라가야 달콤한 곶감이 되는 것이었다.
작년, 감을 사는 농장에 곶감이 떫게 되었다고 문의했더니 알려 주셨다.
혹시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감이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무조건 빨리 말리려고 햇빛이나 바람에 많이 노출하려고 했는데 고추 말리듯이 말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대충 누마루에 감을 깎아 널어놓으면 다디단 곶감이 되어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충분히 익어 홍시가 되어야 곶감도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누마루 문도 적당히 조절해서 열어 두기로 했다.
어쨌든 감이 널려 있는 누마루를 보니 뿌듯하기 그지없다.^^
수세미도 정리했다.
이놈의 수세미들은 도대체 언제 바싹 마르는 것일까...
수세미를 삶아야 한다는데 저 파란 놈을 삶으라는 것인가...
다시 인터넷을 검색하니 파란 수세미를 삶아서 껍질을 벗겨 씻어서 말리는 것이다.
커다랗고 시퍼런 수세미를 외관상 보기만 한다면 삶으라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를 잘라 보니 역시 속이 오이나 참외 같다.
삶으라고???
어차피 겨울이 다가오니 텃밭은 정리해야 하고 수세미도 정리해야 했다.
바싹 마른 수세미는 지난번처럼 껍질 벗겨서 씨앗 빼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세미로 만들고
나머지 수세미들은 솥을 걸고 삶았다.
수세미들이 덩치가 워낙 커서 솥을 걸었는데도 잘라서 넣어야 했다.
그런데 삶은 수세미들을 꺼내서 껍질을 벗기니 미끄덩하니 벗겨지면서 속에 있는 섬유질들이 보였다.
몇 번 물에 넣고 빨았더니 사이에 있는 과육 같은 것들이 빠져나가고 뽀얀 섬유질만 남는 것이다.
우와~~ 정말 신기했다.
수세미를 삶아서 말리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그래도 수세미 씨앗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우르르 빠지기는 했지만 섬유질 사이에 걸린 것들도 많았다.
바닥에 대고 내려치니 좀 빠지고 그래도 몇 개는 안에 걸려 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내년에는 좀 잘해봐야겠다.
커다란 수세미가 엄청 많이 열리기는 했는데 중간에 상한 것도 있었고 겉은 멀쩡한데 속이 좀 이상한 것들도 있었다.
바싹 마른 수세미를 껍질 벗겨 털어 내는 것이 쉽기는 하지만 모든 수세미가 그렇게 잘 마르지는 않는 것 같다.
중간에 상해버리는 것도 많고..
적절한 시기에 수세미를 따서 삶아서 처리해야겠다.
월동 준비의 꽃??
땔감이 왔다.
처음에는 피죽이나 통나무를 사서 자르고 쌓았는데 이제는 잘라 놓은 장작을 산다.
잘라 놓은 장작을 쌓는 것도 일이다.
며칠째 용가리는 장작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용가리는 이런 일에 열심이다.
돌담 쌓기 장작 쌓기...
이런 일은 시키지 않아도 오전부터 나가서 해가 질 때까지 한다.
풀 뽑고 밭 가는 일은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다.
땅이 얼기 전에 수레국화 나는 비탈에 풀 뽑아 주어야 하는데... 나무들 가지도 잘라야 하는데...
올 가을은 배추 무도 심지 않았는데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다.
아직 땅콩 껍질도 다 까지 못했다.
겨울이 막 뒤쫓아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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