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 번의 만남이 있었다.
활골 내외와 무주에서 만났고 서울에서 친구 두 명을 만났다.
여름 즈음 전주에서 만났던 활골팀과 무주에서의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었는데 이번에 그 만남을 갖게 되었다.
금산과 함양 사이의 지역을 골고루 둘러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서로에게 낯선 곳의 만남을 나름 재미로 느끼게 되었다.
같은 시골(?)이지만 그 분위기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활골팀과의 만남은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장작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이웃 노인들의 이야기, 시골집의 자잘한 일거리와 불편함 등등...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선한 기운을 받고 더불어 직접 구운 맛있는 빵도 받고..^^
이런 말 하면 좀 뻘쭘하지만 활골팀은 '빛과 소금'처럼 살아가는 삶이 느껴진다.
그리고 서울 가서 10여 년 만에 대학 친구를 만났다.
서울에는 이런저런 일로 가지만 서울 간다고 친구가 그냥 만나지는 것은 아니다. 큰맘 먹고 약속을 해야 만나지는 것이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마음은 있지만 그냥저냥 지나다 보면 어느새 10년이다.
한 친구는 같은 과 친구이고, 한 친구는 같은 동아리 친구다.
하루에 두 탕을 뛰었더니 목이 다 아프다. 옛날 추억과 더불어 그간 밀렸던 이야기를 하느라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카톡으로 생일 선물이 왔다.
카톡에 뜨는 프로필 생일을 보고 10여 년 만에 친구가 생일 선물을 보낸 것이다.
그렇게 연락이 되어 내친김에 만남 약속을 전격적으로 해냈다.
원래 서울 한 번 움직이면 이것저것 볼 일을 묶게 된다.
그리하여 마음속에서 항상 한 번 봐야 하는데.. 하던 친구에게 연락해서 운 좋게 약속을 잡았다.
새털같이 많은 날이지만 약속 한 번 잡으려면 참 안 되는 일도 많은데 말이다.
함께 발령을 받았던 같은 과 친구는 이번에 명퇴를 했다.
30년이라니...
예전에 30년 근무한 선생님을 보면 정말 까마득해 보였는데 이제 내 동기들이 30년이다.
싱글인 이 친구와는 자식 남편 등등의 가족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같은 동아리 친구는 참 친했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다.
둘 다 직장 때문에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겼었고 그래서 이런저런 힘든 일도 같이 얘기했었다.
그러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해외로 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10년이 훅 지나갔다.
재미있는 것은 그 친구가 이제 대기업 임원 부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기업 임원 부인 이미지와는 완전 거리가 먼데 말이다..
지금 친구의 주된 커뮤니티는 임원 부인 모임인 듯.
함께 골프 치러 다니고, 봉사 다니고, 차는 벤츠를 몰고...
말로 들어 보면 드라마에서 보는 대기업 임원들 부인인데
내 기억 속에 있는, 그리고 현재도 그 모습을 갖고 있는 친구는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좀 웃겼다.
'임원 부인이면 머리 희끗하고 밍크코트 입고 다이아 반지 끼고 김기사~~ 해야 하는 거 아냐?' 했더니
지금은 임원들 연령도 많이 낮아져서 자기보다 더 나이 어린 부인들도 있단다.
그리고 내 나이가 이제는 적지 않다는 것을 자꾸 깜빡하는 점도 있다.
남편 직장이랑 뭔 상관이 있다고 그 부인들이 같이 몰려다니는지 좀처럼 이해는 안 되지만, 뭐 현실이 그렇다니 그냥 드라마 보듯이 재밌게 이야기 들었다.
10년이라는 간극도 있고 내가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온 것도 있어서 참 딴 세상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대기업 임원 부인과 시골 은둔자(?)와의 대화는 생각보다 잘 흘러갔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던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치는 부분은 있으니 말이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오랜만에 강남 한복판에서 하이볼로 시작해서 와인 한 병 다 비우며 이제 영업 끝났다는 말까지 들어가며 제대로 친구와 수다 떨었다.
집으로 돌아와 용가리에게 친구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했더니 '부럽냐?' 이런다.
용가리와 내가 같은 동아리 출신이므로 동아리 친구는 용가리도 잘 안다.
부럽냐고? 한 번도 생각 안 해 봤는데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나는 그냥 웃기고 재밌었을 뿐이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세 번의 만남, 그 대화 속에서 내가 부러웠던 것은 뭘까? 부러운 것은... 음....
생각해 보니 있었다.
활골팀이 말하던 고양이.
우리 집에 들락거리는 고양이들은 다가가 만져볼 수 없지만 활골 고양이들은 쓰다듬을 수도 있고 다가와 꾹꾹이도 해 준다는 것.
'아니 우리 집 오는 애들은 그렇게 따라다니고 밥도 얻어먹으면서 어째 그리 한 번 쓰다듬을 수도 없을까?' 했더니
'활골 애들은 충청도 고양이고 여기 애들은 경상도 고양이라서 그런가 보지 뭐'
뭐라고? 푸하하하하핳ㅎㅎㅎ
생각지도 못한 용가리의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