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지내세요?'
간청재 내려오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다.
대체로 귀촌한 사람들은 산책이나 주변의 나들이를 즐긴다.
그런데 용가리와 나는 3보 이상은 차를 타야 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고 웬만하면 많이 움직이지 않은 범위에서 자연을 즐기려 한다.
예를 들자면 산이나 바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즐기는 것이지
산을 오르거나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다. ㅎㅎ
매일 간청재 마당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한 번은 천왕봉 갔다 왔다는 소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곳 주변에서 천왕봉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고 마천초등학교 가을 소풍도 천왕봉으로 다녀오니 말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천왕봉 등반이라는 야무진 생각이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다.
매일 앞마당과 뒷마당만 왔다갔다하며 꼼지락거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봄이면 밭 갈고 씨 뿌리느라 또 여름에는 풀들과 씨름하느라 저녁밥상에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일수다.
특별히 참석하는 행사나 모임도 없고 장을 보러 가거나 서울에 볼 일이 생겨 움직이지 않는 한 이곳에서 내려갈 일이 없으니
외딴 집구석에서 무얼 하며 지내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는가보다.
이제 간청재 정착한지 만 3년이 다 되어가면서 대충 생활패턴도 생기고
나름 바쁠 때면(?) 바쁘게 마냥 한가할 때는 한가하게 그렇게 지내고 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좋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없어서 너무나도 좋다. ㅎㅎ
지리산 둘레길을 맞닿고 있지만 친구들이 올 때가 아니면 걸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 처음 혼자 둘레길을 끼고 집 주면을 살짝 돌아왔다.
베개커버를 마무리하고나니 등이랑 어깨가 욱신욱신 쑤셨다.
이제 배추와 무, 쪽파를 거두면 텃밭은 비워지기 때문에 매일 밖에서 할 일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나무들 가지도 치고 아래 땅 버드나무도 처리해야 하지만 며칠 방에서 베개커버 만드느라 밖에서 하는 일은 하지 않았었다.
뒷마당 축대 밑 화단에는 꽃들이 만발이다. 올해는 한련화가 맥을 못 추어서 좀 섭섭하다.....
무씨를 늦게 뿌려 걱정했는데 조금 느리기는 하지만 잘 자라고 있다.
눈에 보이게 작은 무...무씨를 뿌려 솎아 주었을 때 뽑아서 그냥 버리려다가 옆에 자리가 남아 심었는데 용케 살아 남았다.^^
우리집 MVP 배추 ㅎㅎㅎㅎ
해마다 쪽파는 잘 안 되었다. 싹이 나고 자라다가 곧 잎이 누렇게 되고 잘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면 겨울을 나고 다음해 봄에 짱뚱만한 쪽파를 그런대로 먹고는 했다. 물론 맛은 좋았지만 자라지 못한 티가 줄줄 흘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기대가 된다. 올해 맛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3일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아서 바느질을 마친 후 마당에 나갔다가 산책에 나서게 되었다.
그다지 파워풀한 사람이 아니니 힘도 들었지만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음악 들으며 세월아 네월아 걸으니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렇게 걷고 오니 역시 걷는 것은 힘들구나....헥헥...
용가리는 돌담 쌓느라 정신이 팔려서 나 혼자 갔다.
얼마 전 고압전기가 들어가야 한다며 전봇대를 교체해서 그 주변 돌담을 손봐야 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넘어가는 햇살이 너무나도 예쁜 그 시간 한적하게 집 주면을 크게 돌았다.
이제 겨울이 되면 한번 씩 나가야겠다.
두 번의 겨울을 지내면서 집구석에 콕 박혀 나오지 않았었다.
유일한 몸 움직임은 눈을 치우는 것.....
하지만 그 눈 치우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와 함께 줄줄 흐르는 콧물도....
추우면 박차고 나온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그렇게 결심해 본다. ㅋㅋㅋㅋ
결론은 나도 오늘 남들처럼 산책을 했다는 것이다.~~~
산책을 다녀와 툇마루에 앉아 숨을 돌리니 우리집 마당에도 달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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