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파닭을 먹었다.
그것이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대단한 일이다...ㅎㅎ
생각해 보니 지리산 내려오면서 파닭을 한 번도 먹지 못했다.
3년 만에 먹는 것이다.
간청재 살면서 제일 불편한 것은 외식과 음식배달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외식은 가능하지만 용가리와 나는 둘 다 반주 없이는 저녁을 먹지 않으므로 외식을 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음식을 사 먹을 때는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와 먹는다. 그러니까 사다 먹는 음식에 제약이 많다.
장날 읍내에 나가거나 목욕이라도 다녀올 때는 거의 설레는 마음으로 저녁거리를 사서 오는데 대부분 치킨이나 햄버거..
가끔 장날만 파는 족발을 사기도 하고 중국집 양장피를 포장해 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 온 음식은 저녁때 먹으면 다 식어버리기 때문에 식어도 맛에 별 지장이 없는 것을 찾게 된다.
중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전화로 주문하고 직접 가지러 간다.
그럭저럭 먹을 때는 마천면에 있는 중국집에 가지만 맛있게 먹고 싶을 때는 인월 산수림까지 가야 한다.
저녁을 사다 먹는 것은 무슨 날에 특별히 먹는 것이다.ㅎㅎ
읍내에도 치킨집은 많다. 그런데 우리가 좋아하는 네네치킨은 없다. 파닭은 네네치킨이 맛있는데....
또한 읍내치킨집에 파닭이 메뉴로 있는 것도 잘 못 봤다. 요즘은 유행이 지나서 그럴 수도 있고..
그래도 치킨 먹을 수 있는게 어디냐...이러면서 황송하게 사다 먹었는데 며칠 전 우연히 파채를 써는 칼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다.
골뱅이 파무침이나 대파무침 좋아하는데 파 써는 것이 무지 어렵다.
요즘 우리집 대파가 맛있어서 엄청 먹고 있는데 파를 가늘게 썰어서 먹고 싶었다.
그렇다고 식당에서처럼 무슨 기계를 살 수도 없고....
그런데 그런 칼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세상에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없는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무언가 아쉬운 점이 있으면 그 점을 딱 집어 해결해 주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에 깔렸는데 말이다.
파채칼이 도착하는 날 엄청 들뜬 마음으로 파를 썰었다. 우와~~~신난다!!
마침 주문한 냉동치킨도 도착해서 파닭을 하기로 했다.
에어프라이에 냉동치킨 돌리고 파 올리고 내가 대충 소스 만들고...
용가리가 넘나 맛있다며 다음에 꼭 한 번 더 해 달라고....음...하는거 봐서 ....ㅋㅋㅋㅋ
흑맥주와 파닭!! 우리도 남부럽지 않게 치느님을 영접하며 건배를 외쳤다.
아침 햇살이 좋다.
여느날처럼 커피를 내렸는데 갈수록 자기 커피가 줄어든다며 용가리가 툴툴거린다.
아쉬우면 자기가 내려 먹던가...아님 물타서 양 늘려 먹어...
엊그제 커피 주문이 들어와 커피를 새로 볶았는데 엄청 맛나보여서 내 컵에 평소보다 더 많이 따랐더니 냉큼 툴툴거린 것이다.
오늘도 나무 가지 치는 것 마무리하고 (사실 좀 걱정이 된다. 우리 맘대로 마구 가지를 치고 있는데 제대로 하는 것인지....)
버드나무 잘라낸 것 정리하고 그래도 시간이 좀 남으면 용가리는 또 돌담에서 낑낑거릴 것이다.
인생 뭐 별거 있나...파닭먹고 맛난 커피 마시고....더 바랄 것이 없다.
오늘 저녁에는 뭐에다 한 잔 하지?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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