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보름달이 보고 싶었다. 그냥 많이 보고 싶었다.
정월 대보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간 적이 훨씬 많지만 올해는 왜 그런지 달이 보고 싶었다.
툇마루에 앉아 와인 홀짝거리며, 달 보며 달에게 중얼거리며 그렇게 보내고 싶었는데...
보름날 밤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달은 틀렸다...ㅠ
다스뵈이다 보면서 우리 집 예쁜 땅콩을 안주 삼아 언제나처럼 반주가 길어지는 술상이 계속되었다.
총선 경남지역 분석을 보면 거의 전체가 빨간색.
그중에도 내가 사는 곳은 엄청 넓은 지역이고 빨간색도 진하다.
김어준 말에 의하면 예수님이 와도 안 되는 곳. ㅎㅎ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갑자기 덧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서 인기척이 났다.
화들짝 놀라서 문을 열어 보니 옆 골짜기 스님이시다.
눈 내리는 깜깜한 밤에 시루떡을 한 아름 가져오셨다.
보름이라 떡 먹으라고 가져오셨단다. 감동~~
잠시 들어오시라 해도 눈도 내리고 지체할 수 없다시며 바삐 돌아가셨다.
보름달 보지 못해서 서운한 마음을 팥시루떡이 달래 주었다.
오늘 아침 세상이 환하다.
어젯밤부터 내린 눈이 아침까지 내리면서 눈 호강을 또 시켜준다.
목화솜 같은 눈이 펄펄 내린다.
아침까지 내리던 눈이 그쳤다.
이제 곧 눈이 사라질 것이다.
봄들머리에 내리는 눈은 금세 사라진다.
보름달 보지 못해서 서운한 마음을 목화솜 같은 눈이 달래 주었다.
나는, 복이 많다. 보지 못한 달님에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