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에 꽃이 가득하다.
방 안에서 바라보면 붉은색과 하얀색이 양쪽으로 보인다.
홍매가 먼저 피었고 청매는 한 두 송이 피었었는데 며칠 전 아침에 갑자기 꽃이 가득했다.
분명 그 전날까지도 청매는 많이 보이지 않았었다.
밤 사이 꽃이 가득 피었다.
해마다 꽃은 피지만 어떤 경우에는 마음에 확 꽂힐 때가 있다.
그것은 꽃이 아니라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청매 홍매가 가득 피었으니 마당에 나서면 매화향이 진하다.
마당에는 벌써 군데군데 파릇파릇(?) 풀이 올라왔다.
이제 장화를 신어야 할 때가 왔구나 하며 살펴보는데 아주 자그마하게 할미꽃이 핀 것이다.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감자를 심었으면 벌써 일을 시작했을 텐데 계속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감자를 엄청 좋아하지만 보관이 용이하지 않아 심지 않았다.
처음에는 수확한 감자를 상자에 넣어 뿌듯한 마음으로 두고 먹으려 했지만 미친 듯이 올라오는 감자싹을 감당할 수 없었다. 잘라내고 잘라내도 싹이 계속 올라왔다. 감자는 점점 쪼글쪼글해지고...ㅠㅠ
올해 텃밭 디자인을 어찌할까 생각 중이다.
토종 오이 씨앗도 싹을 틔우려고 하는데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작년 가을 늦게 심은 수국도 걱정이다.
먼저 심었던 수국은 밑에서 파랗게 올라오는데 작년 심은 7개 수국은 아무 기별이 없다.
그냥 보면 말라죽은 것 같다. 큰맘 먹고 사서 심은 것들인데..ㅠ
게다가 땅이 푸석거리면서 들썩거린다.
분명 잘 단단히 심었는데 왜 들썩거리지?ㅠㅠ
겨우내 잘못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용가리가 그런다.
그냥 놔두고 좀 기다려 봐.
너 옛날에도 매화나무 심은 것이 죽은 것 같다며 징징대니까
연관스님이
'놔두고 기다려라.
나무도 살려고 애쓰지 그냥 죽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람보다 더 살려고 애쓴다.' 그러셨잖아.
봄 지나도 기별 없어도 그냥 그 자리에 놔두고 기다려 보자.
나는 아직도 느긋하게 지켜보는 것을 못한다.
사람도, 꽃도, 나무도...
예전에도 그랬는데 나아지는 것이 없다.
죽기 전에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볼 줄 알게 될까?ㅠㅠ
매화꽃을 보면 항상 조지훈의 <낙화>가 생각난다.
특히 간청재 마당의 매화를 보면 말이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