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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밭갈이

by jebi1009 2024. 4. 11.

총선 때 밭을 갈지는 못했지만(ㅠㅠ) 우리 집 텃밭은 갈았다.

며칠 사전 작업을 하고 본격적인 삽질로 밭이랑을 만들고 퇴비를 뿌렸다.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니 허리가 아우성이다.

역시 삽질은 힘들다.

마루에 누워 창문을 통해 보니 뒷마당 축대 위 엄나무에 순이 다 폈다.

아니 벌써? 벌써가 아니다. 정신이 없어서 챙기지 못했네...

아래 땅 엄나무를 보러 가니 완전히 잎이 다 피어 버린 나무도 있고 아직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엄나무도 있다.

같은 장소에 나란히 있는 나무들인데 순이 올라오는 것은 왜 제각각일까??

엄나무 순도 따고 머위도 조금 잘랐다.

표고목에 몇 개 달린 못생긴 버섯도 땄다.

하루종일 삽질하고 퇴비 놓고 다듬어 놓은 밭이랑을 보며 툇마루에 앉아 흙 묻은 장화를 벗었다.

오늘 저녁은 머위와 엄나무순 살짝 데쳐서 소주 한 잔 해야겠다.

매일 먹는 술이지만 매번 이유는 다르다.

음식 때문에, 기분 때문에, 그냥 섭섭해서...ㅎㅎ

오늘은 엄나무순과 머위 때문에 술을 마신다.

 

 

 

총선이 끝났다.

어젯밤 출구 조사 때문에 설렜고 실망도 했다.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를 열심히 봤기 때문에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북 봉화에 출마한 후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곳 국민의 힘 후보는 채상병 사건으로 출국 금지가 된 사람. 그런 사람이 당당하게 공천을 받았다.

상대 민주당 후보는 대치동 논술 1타 강사 출신으로 경북 봉화 시골 마을에서 노후 자금으로 들어 놓았던 적금 깨서 입후보했단다.

경북 봉화는 국민의 힘이 무투표 당선이 될 정도로 어떤 도전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그런 곳에, 이건 아니지 않냐며 적금 깨서 입후보한 사람이다.

물론 개표 시작하자 얼마 안 되어서 '당선 확실'이 떴을 것이다. 누가? 국민의 힘이.

그래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좋다.

어느 동네 어떤 후보들이 있는지 내가 알아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그것도 다 작은 역사들이다.

의석 숫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얼마나 찰지게 싸우느냐가 문제다.

영리하게 끈질기게 빈틈없이 싸웠으면 좋겠다.

나는 이것저것 다 필요 없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의미는 조국의 부활이다.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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