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가 까맣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일주일 정도는 오디를 따거나 떨어진 것을 줍거나 일부러 털어서 줍는 기간이다.
며칠 전 뒷마당에 떨어진 오디를 보고 오디의 계절이 온 것을 알았다.
오디를 따거나 줍거나 하려면 뽕나무 근처에 가야 하는데 풀이 숲을 이루었다.
올해 들어 이런저런 일 때문에 한 번도 풀을 쳐내지 못했다.
마당에 올라온 풀만 간신히 뽑고 사방 천지에 숲을 이룬 풀은 손을 대지도 못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오디도 먹어야겠고 풀이 숲을 이루는 것이 더 이상 두고 봤다가는 안 될 것 같아 며칠 전부터 풀베기에 들어갔다.
사방팔방이 풀을 베야 하는 곳이다.
나무 밑에만 베어 준다고 해도 그곳까지 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용가리는 휘발유 한 통을 사 와서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고
나는 작년에 용가리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사 준 충전식 작은 예초기로 집 주변을 베기 시작했다.
평지 풀을 베기도 힘들지만 비탈진 곳에 있는 풀을 베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힘들다.
그리고 위험하기도 하다.
그래도 풀에 둘러싸여 신음하고 있는 나무들을 구하기 위해 며칠째 고군분투 중이다.
예초기 작업은 몸의 진액을 짜내는 것처럼 힘들지만 확실한 성취감이 있다.
내가 지나온 길을 보면 눈앞에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내가 가야 할 길과 내가 지나온 길. 확실한 대비!
예초기 작업하고 나면 손이 덜덜 떨리고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프지만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ㅎㅎ
오늘은 오디도 조금 따고 줍고, 두 번째 호두나무 밑까지 풀을 벴다.
이렇게 한차례 베고 나면 처음 베었던 곳이 다시 무성해질 것이다.ㅠㅠ
그리고 마당에는 벌써 다시 풀이 뾰족뾰족 나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돌다 보면 찬바람 불겠지......
어차피 모든 것은 한 철이다.
올해 달맞이꽃이 건강하게 잘 피었다.
항상 벌레가 들끓어서 잎이 많이 상하고 꽃도 듬성듬성 피었는데 올해는 정말 무성하게 피었다.
달맞이꽃을 보면서 황홀감에 빠진다. 이렇게 예쁠 수가!!
올해 수국은 색깔이 조금 바뀌었다.
파란색 수국을 보고 싶었는데 우리 집 토양이 염기성이라서 그런지 분홍색 꽃이 피었다.
산성 토양으로 바꿔주는 촉진제가 있어 올해 한 번 주었는데 파란 꽃은 아니고 보랏빛 비슷한 꽃이 피었다.
두어 번 주어야 하는데 한 번만 줘서 그런가 보다.
내년에는 파란 수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