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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자수 가방

by jebi1009 2024. 7. 4.

ss시즌으로 만들었는데 해를 넘기게 생겼다.
역시 두 계절 앞서 디자인하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나는 계절이 닥쳐야만 하고 싶은 생각이 난다.
겨울 지나 봄이 되니 요런 요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도안을 그리고 자수를 놓았지만 만들고 나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름 장에는 나갈 자신이 없다. 너무 덥다.
야간 시장도 여는데 그렇게까지는....
해 저물면 깨끗이 씻고 집 안에서 맥주 한 잔 하는 맛에 살기 때문에 야시장은 나가지 않는다.
물론 야시장에서 한 잔 할 수 있으면 가방도 팔고 금상첨화겠지만 운전을 할 수 없어서 집으로 돌아올 길이 없다.
9월에나 나갈 것 같은데 지금은 fw시즌 상품이 영 땡기지 않는다.
사실 패션 위크 같은 것도 ss시즌은 9월에, fw시즌은 2월에 열리니 나는 9월부터 ss시즌 가방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9월이면 가을 겨울 느낌이 마구 나는 색감이 눈에 들어오니 그런 것들만 만들게 된다.
그러면 또 그것을 봄 시장에 가지고 나간다.
하지만 상관없다.
겨울에 여름 느낌 나는 가방 들고 나가고, 여름에 겨울 느낌 나는 가방 들고 나가면 어때?
나는 플리마켓에 나가 사람 구경하는 것이 재밌기 때문이다.ㅎㅎ
그리고 희한하게도 겨울에 여름 느낌 나는 가방을 좋아라 사 가는 사람도 있다.
눈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어 언제까지 바느질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밝은 햇빛 아래에서는 바늘땀이 그래도 보이는데 그렇지 않으면 거의 감으로 하고 있다.
언젠가 팔순 넘은 할머니의 수의 짓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지금도 살아계실지 모르겠다.
돋보기 끼고 바느질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나도 늘그막까지 할 수 있을까?
바느질은 잡념을 없애고 성취감도 주고 창작 욕구도 만든다.
늙고 병든다는 것은 점점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삶의 막바지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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