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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오페라 맛 좀 봐라!

by jebi1009 2024. 5. 21.

 

다스뵈이다와 월말 김어준을 들으면서 '오페라 맛 좀 봐라' 보고 싶었지만 워낙 티켓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았었다.

100명 밖에 볼 수 없으니 어쩌다 딴지마켓에서 보면 항상 모든 공연이 품절이었다.

그런데 3월, 얼떨결에 티켓 오픈 공지를 보게 되었다.

언제 공지하는지 어디서 공지하는지도 몰랐는데 우연히 보고, 마침 그날 저녁 10시 오픈이라고 하기에 기다렸다 들어갔다.

약 1분 정도 날짜를 고민하다가 예매에 성공했다. 바로 10분 정도 지난 후 모두 매진이었다.

좌석은 티켓 구매 순서대로 한다고 해서 나는 당연히 10번 대 예상했는데(오픈하고  1분 지나지 않아 예매했으므로) 70번 대를 받았다.  도대체 사람들은 얼마나 잽싸게 한 것인가.... 놀랍다!!

5월에는 여러 행사가 많아서 서울에 여러 번 다녀오고 또 감기 때문에 몸도 좋지 않았지만 그 공연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침 용가리 생일과 가까운 날이어서 용가리 생일도 끼워 넣어 생일 기념 공연으로..ㅎㅎ

겸사겸사 공연도 보고 용가리 생일도 챙겨 주면서 호텔에서 1박 하고 내려왔다.

 

다스뵈이다의 그 무대
와인세트. 생각보다 맛있었다.

 

드디어 벙커에 갔다.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딴지그룹 본진을 구경하게 된 것이다.

건물은 정말 빈티지했다.

매번 화면으로만 보던 곳을 직접 가서 보니 신기하고 재밌었다.

와인과 안주 세트도 구입해서 공연 중에 홀짝거렸고(컨디션이 좋았으면 두어 팩 마셨을 것이다) 굿즈도 샀다.

우리가 이번에 본 공연은 마스카니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내용도 잘 몰랐지만 인터메조(간주곡)는 엄청 좋아하는 곡이다.

특히 대부 3에서 알파치노가 오페라 극장 계단에서 총을 맞은 딸아이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이다.

절규하는 모습은 보이는데 통곡 소리나 비명은 들리지 않고 이 음악만 흐르는 장면.

게다가 알파치노가 관람하고 나온 오페라가 바로 이 작품이다.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골 병사'라는 뜻이고 '팔리아치'는 '광대들'이라는 뜻이다.

내용은 거의 모든 오페라가 그렇듯 사랑, 불륜, 배신, 죽음....

현악 4중주가 음악을 담당하고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3명의 가수가 아리아를 들려준다.

이 소박한 구성으로 정말 풍성한 무대를 만들었다.

대형 무대의 오페라나 유명 아리아를 들려주는 무대와는 완전 다른 감동을 준다.

온 공간 전체가 음악으로 꽉 찬다. 성악가들의 소리가 그렇게 절절하고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정말 감동이었다.

사실 가까운 곳에서 조금은 어설픈 의상과 소품으로 게다가 연기까지 하면 오히려 뻘쭘하고 좀 오글거릴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만일 가만히 서서 노래만 했다면 그런 감동은 없었을 것이다.

오페라 가수들의 연기가 왜 중요한지 알았다. 눈물이 찔끔할 정도로 절절함이 전해졌다.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조윤범 선생님의 설명은 오페라 전체를 이해하는데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작곡가와 그 당시의 시대 설명이 붙어 매우 유익했다.

옆에 있던 딸아이가 '와~~ 저 선생님 설명력 짱이다. 정말 설명 잘하신다'라며 감탄했다.

 

공연이 끝난 후 용가리 생일을 빙자한 저녁과 술자리.

언제나 용가리에게 뭘 좋아하냐고 묻지만 결론은 나와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된다.

아빠 무슨 케잌 좋아해?

생크림케잌.

딸기생크림은?

그냥 생크림이 좋아.

초코는?

그냥 생크림이 좋아.

치즈케잌은 안 좋아?

그냥 하얀 생크림이 좋아.

이렇게 하다가 결국은 딸기나 초코로 산다.ㅎㅎㅎㅎ

 

근처 을지로 골목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을지로 인쇄 골목 안에 이렇게 많은 음식점들이 있는 줄 몰랐다.

이곳이 또 핫하게 뜨고 있단다.

정말 오래된 인쇄 골목 안에 뜬금없이 나타나는 젊은 감성의 주점들이 있고 그 주변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래된 인쇄 골목과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댄디한 느낌의 가게들이 묘하게 또 어울린다.

병어조림, 조기고사리찌개, 동태탕, 멸치회, 세꼬시...딱 봐도 술과 함께 하는 음식들을 주로 판매하는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을지로에는 골뱅이 골목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맛집 포스가 느껴지는 식당들이 골목마다 즐비했다.

서울에 살 때보다 더 서울 구석구석을 다니는 것 같다.ㅎㅎ

 

조개찜은 10년만에 먹는 듯. 후쿠시마 짜증나 ㅠㅠ

 

주말이라서 문 닫은 인쇄소들이 즐비한 오래된 골목 막다른 곳에 있는 젊은 감성의 주점에 2차로 갔다.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대기자가 꽤 있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그 뒤로도 계속 젊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역시 용가리와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다. ㅠㅠ

 

아스파라거스 튀김
육회김밥. 나는 육회를 좋아하지 않아서 두 사람만 맛있게 먹었다.
호텔에서 용가리 생일 케잌. 미리 예약하지 않아서 홀케잌을 사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 가까운 인사동 까페에 갔다.

가는 길에 붕어빵을 천 원에 4개를 파는 곳이 있었다.

눈을 의심했다. 붕어빵이 4개 천 원이라고?

이건 지나칠 수 없지. 당장 사서 까페까지 걸어가면 따끈한 붕어빵을 먹었다.

크기도 맛도 훌륭했다.

어떻게 이 가격에 팔 수 있지?

붕어빵은 가격이 점점 올라서 마지막 서울에서 사 먹은 붕어빵이 3개 2천 원이었다.

여기서는 파는 곳이 없어서?(몰라서?) 붕어빵 사 먹기도 힘들다.

함양 농협 입구에서 파는 붕어빵은 별로 크지도 특별하지도 않은데 2개 3천 원에 팔아서 나의 노여움을 샀다.

천 원 4개 붕어빵 먹으면서 그랬다. 서울이 좋아~~~

 

우리집 냉장고에 또 하나의 기념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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