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편의 시를 신철 화가의 예쁜 그림과 함께 안도현 시인이 짧지만 따뜻한 글로 소개하고 있다.
시집 한 권에 잘 집중할 수 없는 나도 가슴 뻐근하게 읽었다.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요를 덮고
한 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밥물이 알맞나
손등으로 물금을 재러
일어나서 부엌으로
이마 / 신미나
첫 번째 연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는 벌써 꾹 눌려진 손톱자국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나는 요를 덮고 누워 앓는다는 말에 마음이 무너졌다.
이불이 아니고 요를 덮는다는 느낌을 나는 안다.
나도 옛날부터 이불이 아니라 요를 파고들기 좋아했다.
두꺼운 요 밑을 파고드는 느낌.
맨 방바닥에 요를 덮고 있는 느낌.
그 느낌을 나는 안다.
그 무게감, 적당한 압박감, 적당한 안정감....
그렇게 사흘을 앓는다는 것.
그리고 쌀을 씻어 밥물을 본다는 것.
너무나 절절하게 다가왔다.
어떤 마음인지 말이다.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 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기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병든 짐승 / 도종환
'서두르지 말고 더 얻으려고 하지 말고, 목소리 높이지 말고, 제발 좀 가만히 있자.
가만히 사랑하고, 가만히 웃자.'
시인이 덧붙여 말한 것처럼 '제발 좀 가만히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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