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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슬픔에 이름붙이기, 사랑인줄 알았는데 부정맥

by jebi1009 2024. 7. 25.

 

'이 책은 도서관에 구입 신청하지 말고 살 걸 그랬어.'

'우중충한 책은 빨리 읽고 반납하지 뭘 갖고 있으려고 그러냐?'

책 제목만 보고도 우중충하다며 질색하는 용가리와 나눈 대화. ㅎㅎ

 

책의 저자 '존 케닉'이 무려 12년 간 단어 하나하나를 만들어 사전 형식으로 만들어 출간한 책이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내가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하지만 참 정성스럽게도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문화권이 다른 저자가 설명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딱 들어맞는다 할 수는 없지만 '맞아 맞아'하게 되는 단어들도 많다.

섬세한 감정 상태를 잘 설명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것에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딥 것 deep gut
명사) 여러 해 동안 느껴보지 못했다가 되살아난, 감정을 자극하는 플레이리스트가 우연히 아이팟 셔플에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완전히 잊고 말았을 감정.

어원] 음악에서 'deep cut'은 어느 가수의 진짜 팬 혹은 집착적 수집가나 알 만한 덜 알려진 곡을 뜻한다.

 

나이트호크 nigthawk
명사)  한밤중에만 문득 떠오르는 듯한, 때로는 몇 주 동안 잊고 살지만 결국 또다시 어깨에 내려앉아 조용히 둥지를 트는 듯한 -이미 마감을 넘긴 업무, 사라지지 않는 죄책감, 닥쳐오는 미래에 대한- 되풀이되는 생각.

어원] 에드워드 호퍼의 유명한 그림<Nighthawks>. 한밤중의 쓸쓸한 작은 모퉁이 식당을 그린 작품이다. 벌목에서, '나이트호크'는 배의 깃대에 매달려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종사의 항해를 돕는 금속 공을 뜻한다.

 

네멘시아 nementia
명사) 낮아진 연의 줄을 거두어들이는 아이처럼 지나간 생각들의 흐름을 되짚어보려 애쓰며, 왜 특히 불안하거나 화가 나거나 초조한 기분이 드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내려는, 마음이 산만해진 후의 노력.

어원] 고대 그리스어 némein(마땅히 주어야 할 것을 주다)+라틴어 dementia(정신이 없는)

 

에버더레스 evertheless
명사) 결국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라는 - 자신의 운의 흐름이 이제 막 최고 수위에 이르렀으며, 머지않아 삶의 수위가 천천히 줄어드는 걸 느끼게 되리라는 - 두려움.

어원] ever(언제나) + nevertheless(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모노이아 harmonoia
명사) 삶이 살짝 너무 평화롭게만 느껴질 때 - 다들 의심스러울 만큼 잘 지내는 듯 보이고 모든 게 기분 나쁠 만큼 고요해서 곧 찾아올 불가피한 몰락에 대비하거나 스스로 그 고요를 불태워버리고 싶을 지경일  때 - 두려워서 안달하게 되는 마음.

어원] harmony(조화) + paranoia(편집증)

 

고보 gobo
명사) 하루 온종일을 심미적인 것을 좇는 마음으로 보내고서 -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도시를 가로지르며 사진을 찍고, 미술관에서 길을 잃고서 - 느끼는 맹렬한 흥분, 세상에 의미의 기운이 가득 담겨 벽에 난 모든 금이 자연주의에 대한 헌신으로 보이고 웅덩이에서 소용돌이치는 모든 무지개가 훌륭한 작품처럼 느껴지게 된다.

어원] go-between(중개자)의 축약어. 무대용 조명 장치에서 '고보'는 조명에 끼워서 무대에 둥그런 빛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판을 의미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차 안에서 다 읽고 다시 돌아가 반납했던 책.

'실버 센류'는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주최로 2001년부터 매회 열리는 대회다.

대회 수상작 중에서 호응이 좋은 작품을 뽑아 만든 책이다.

'센류'는 5-7-5 총 17개의 음으로 된 짧은 시.

'하이쿠'와 비슷하지만 하이쿠보다 가볍고 풍자나 익살이 특징이다.

'하이쿠'가 더 고급지다고 해야 하나??

 

일어나기는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연명 치료
필요 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 다닌다

 

'연세가 많으셔서요'
그게 병명이냐
시골 의사여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변하는 나이

 

일어섰다가
용건을 까먹어서 
다시 앉는다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내복약에 절어 산다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젠 없어

 

읽다 보면 공감하는 내용이 꽤 많다. 그리고 웃기다. ㅋㅋ

우리나라도 연령대별로 대회하면 정말 걸작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예전에 딸아이가 웃기다며 공유해 준 것인데 한참 웃었다.

 

뭐가됐건 반대한다!

무엇이든 해체하라!

어찌됐건 철폐하라!

아무거나 규탄한다!

이것저것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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