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오늘 비가 내리고 물안개가 자욱한 산 능선을 보면서 윤동주의 <자화상>이 생각났다.
그리고 너무 슬펐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다.
'심심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규장각 의궤 (3) | 2024.12.03 |
---|---|
괜찮아 (0) | 2024.11.01 |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13) | 2024.10.12 |
제주도 - 제주 4.3 평화공원 (4) | 2024.10.06 |
제주도 - 도록도록 (2) | 2024.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