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짧아지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다.
하늘이 높아진다는 느낌, 물이 깊어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뱀사골 계곡과 대원사 계곡의 그 깊어진 물빛깔을 보고 내 마음이 맑아진 느낌이다.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하늘이 너무나 파랗고 햇살도 좋아서 오랜만에 뱀사골 계곡을 조금 걷고 왔다.
그리고 며칠 후 연관스님과 다녀왔던 길이 그리워 산청 대원사에 들러 밤머리재를 넘어왔다.
가을이 눈부시다. 그리고 다가올 겨울이 기다려진다.
우물 속에 들어가 침잠하는 느낌의 겨울. 그 겨울이 기다려진다.
마음이 끄달리는 것을 너무 힘들지 않게 넘어가고 싶다.
호수같이 평온한 마음을 갖고 싶어 그것을 평생 바라왔지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그저 너무 힘들지 않게 넘어가고 싶다.
또 한 고비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