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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물빛, 하늘빛

by jebi1009 2024. 10. 26.

점점 짧아지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다.

하늘이 높아진다는 느낌, 물이 깊어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뱀사골 계곡과 대원사 계곡의 그 깊어진 물빛깔을 보고 내 마음이 맑아진 느낌이다.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하늘이 너무나 파랗고 햇살도 좋아서 오랜만에 뱀사골 계곡을 조금 걷고 왔다.

그리고 며칠 후 연관스님과 다녀왔던 길이 그리워 산청 대원사에 들러 밤머리재를 넘어왔다.

 

단풍이 아직 들지 않았지만 나뭇잎 빛깔과 물 빛깔이 너무 예뻤다.
물이 많아 물소리가 장쾌하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물이 눈부시다.

 

뱀사골 선비길을 걸어 내친 김에 천년송까지 갔다. 할머니 나무가 더 멋지다.

 

 

 

대원사 단청은 언제 봐도 화려하다.
대웅전 앞 파초가 무성하다. 간청재 파초는 몇해 전 아주 추웠던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파초우를 몇번 듣지도 못했는데..ㅠ

 

 

돌아오는 길. 나락을 말리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깊었다.

 

 

간청재 하늘이 파랗다 못해 깨질 것만 같다.

 


가을이 눈부시다. 그리고 다가올 겨울이 기다려진다.

우물 속에 들어가 침잠하는 느낌의 겨울. 그 겨울이 기다려진다.

마음이 끄달리는 것을 너무 힘들지 않게 넘어가고 싶다.

호수같이 평온한 마음을 갖고 싶어 그것을 평생 바라왔지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그저 너무 힘들지 않게 넘어가고 싶다.

또 한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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