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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고마워

by jebi1009 2024. 9. 22.

3일 동안 퍼붓던 비가 오늘은 그쳤다.
비가 그치고 기온은 떨어졌다.
간간이 이슬비가 흩뿌리고 있지만 비가 퍼붓지는 않을 것 같다.
끝물이던 토마토와 수세미가 퍼붓던 비에 주저앉았다.
토마토는 정리하고 수세미는 다시 지지대를 세우고 돌봐 주었다.
마지막으로 먹을 만한 토마토들을 챙겼다.
토마토 지지대를 뽑고 묶었던 줄을 잘라내고 뒤엉켜 있던 줄기들을 정리해 뿌리를 뽑았다.
아직도 토마토가 달려 있고 이제 막 다시 생겨나는 꼬마 토마토들도 있었다.
토마토를 정리하면서 '고마워 정말 수고했어' 이런 말이 저절로 나왔다.
올여름 아낌없이 토마토를 내주었다.
정말 고맙다고 중얼거리며 가지들을 정리했다.
옆에 있던 고추들도 다 정리했다.
지금도 꽃이 피고 고추들이 새로 달린다.
빨갛게 되어 버린 고추들이 주렁주렁...
역시 마지막 먹을 만한 고추들을 갈무리하고 고추도 뽑았다.
고마워... 고생했어...
 

 
 
수세미는 지금 한창 여무는 중이다.
무게도 있고 부피도 커서 땅에 처박힌 것들이 많았다.
수세미 줄기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덩굴처럼 뻗어 나가 뒤엉켜 있어 초반에 신경 쓰지 않으면 그것을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ㅠㅠ
그래도 비에 무너진 지지대를 다시 세우고 땅에 처박힌 수세미들을 위로 올려 묶었다.
그 과정에서 줄기가 끊어져 수세미 몇 개가 떨어져 나갔다.ㅠ
 

수세미 줄기들 정리하다가 떨어져 나간 수세미들


호박도 정리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너무 왕성하다.
호박잎이 덮고 있으면 풀을 가리는 효과(?)가 있어 조금 더 두기로 했다.
텃밭 끝에 심었는데 그 줄기가 뻗어 나와 집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다 호박 줄기가 툇마루를 넘겠다.ㅎㅎ
 

무서운 기세로 집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호박들.
루드베키아 더미 위로 올라온 호박들.
루드베키아 꽃대 위로 올라온 호박 줄기가 그 안에 호박을 남겼다.

 
얼추 정리하고 나니 이제 텃밭에는 수세미와 땅콩만 남았다.
10월 땅콩을 캐고 나면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할 것이다.
텃밭을 비워내면 또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다.
그렇게 겨울을 맞이하겠지....
이렇게 또 1년이 가는구나.
 
 
** 지난주 잠에서 깼는데 밖이 너무 환했다.
혹시 집안에 불을 끄지 않은 곳이 있나 일어나 살폈는데 불은 밖에 켜 있었다.
바로 달!
마당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정도로 환했다.
아.. 이제 추석이지... 역시...
문을 열고 나가볼 수밖에 없었다.
마당이 환해서 모든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책을 읽을 수도 있을 듯.
최근 본 보름달 중에 제일 밝은 것 같았다.
정작 추석날에는 보름달을 보지 못했다.
추석을 서울에서 보내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달을 볼 생각도 못한다.ㅠ
서울 가면 달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생각도 나지 않는다.
 
간청재 살면서 가장 확실하게 느끼는 것은 달빛이다.
그믐에는 정말 깜깜해서 칠흑 같다는 말이 딱이다.
보름과 그믐은 날짜를 따지지 않아도 달빛으로 알 수 있다.
 

휴대폰 사진으로는 달을 잘 찍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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