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갈무리했다.
보통은 10월 들어서 수확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빨리 했다.
땅콩 몇 개가 잎이 다 시들어 그것만 먼저 하려고 했는데 다른 포기들도 더 두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니 아직도 꽃이 피네??
살펴보니 땅콩 열매에서 싹이 나와 자라서 꽃까지 핀 것이었다.
보통 땅콩 수확기가 지나면 땅콩에서 싹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시점이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적절한 수확일을 잡기는 참 어렵다.
하나의 땅콩 포기에서도
이미 싹이 나온 것, 적당하게 잘 여문 것, 덜 여문 것, 지금 막 꼬투리가 달린 것이 다 섞여 있다.
그러니 포기 포기마다 영근 것이 제각각이다.
물론 경험 많은 농사꾼들이야 잘 알겠지만, 잘 영근 땅콩이 가장 많을 때를 알아채는 것은 정말 힘들다.ㅠㅠ
그래서 한두 개만 먼저 뽑으려고 나갔다가 잎이 파란 것들도 내친김에 다 수확해 버렸다.
올해는 땅콩을 좀 많이 심어서 일일이 꼬투리를 따는 것이 꽤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이제 햇빛이 관건이다.
딸각딸각 소리가 날 때까지 잘 말려야 한다.
그리고는 손가락 아프게 겉껍질을 까야 겨우내 술안주로 먹을 수 있다.
좀 귀찮고 고되기도 하지만 맛있다!!
땅콩 꼬투리를 따는데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비탈길 올라가 땀 흘리며 반짝거리는 알밤을 주웠다.
가을이다.
텃밭을 비워내고 곳간에는 먹을 것이 쌓이는 계절.
나야 땅콩 말고는 쟁여둘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가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