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는 보통 백로를 전후해서 수확한다고 한다.
3년 전 호두나무를 발견(?)하고는 호두를 갈무리했다.
처음에는 호두나무인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바닥에 열매가 떨어진 것을 보고 호두나무인 줄 알았다.
사실 그냥 봤으면 그것이 호두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보통 아는 호두는 청피를 벗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름 시골 생활 몇 년 하면서 마을 호두나무를 봐 왔던 것이 경험이 되어 그것이 호두인 줄 알았던 것이다!
호두는 씨앗을 먹는 것이다.
사과로 따지자면 사과 과육은 버리고 그 씨앗을 먹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커피도 그렇다. 커피 열매의 씨앗을 먹는 것이다.
호두의 청피는 향긋한 수박향이 난다.
그런데 그 청피가 깨끗하게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청피 벗기는 것을 보면, 바닥에 내리쳐 청피가 갈라지면서 호두가 쏙 나오는데 사실로 그렇게 깨끗하게 벗겨지는 것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여러 번 돌바닥에 내리치다가 호두가 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나무 방망이 같은 것으로 쳐서 청피를 벗긴다.
운 좋으면 깨끗하게 벗겨지는 것도 있지만 반 이상은 잘 벗겨지지 않아 칼로 깎아내고 수세미 박박 닦는다.
호두는 청피에 금이 살짝 가기 시작하면 긴 작대기로 내리쳐서 따는데 한 나무에 달린 호두가 모두 제각각이라서 힘들다.
이미 까맣게 썩어 떨어진 놈, 까맣게 되어서 매달려 있는 놈, 아직 파랗게 단단한 놈, 살짝 금이 간 놈, 일부가 까맣게 된 놈..
이번에는 세 번에 걸쳐 호두를 땄다.
오늘 파랗게 단단한 놈까지 다 땄다.
물론 높은 곳에 있는 호두는 포기해야만 한다. 그런데 높이 달린 것이 꽤 많아 좀 속이 쓰리다..ㅠㅠ
어쨌든 손이 닿는 것들은 따고 까맣게 된 것은 버리고 그렇게 땀 뻘뻘 흘리며 올해 호두 수확을 끝냈다.
청피 벗기고 수세미로 닦아 씻는 것이 꽤 고되다.
그리고 또 햇볕에 잘 말려야 한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치고 고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도 달걀 크기의 큰 호두를 보는 것은 가을 시작의 즐거움 중 하나다. ㅎㅎ
땅콩을 파 먹는 범인을 알아냈다.
바로 까투리. 꿩이었다.
얼만 전에 고양이 꼬물이 하나가 땅콩밭 사이에서 대치를 벌이고 있었다.
자기 몸집의 3배 정도 큰 까투리를 향해 신중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밭 끝에 까투리가 있는 줄 몰랐었다.
둘이서 대치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루 문을 열었더니 꼬물이가 반응하고 뒤 이어 까투리가 푸드덕 도망갔다.
나가서 살펴보니 까투리가 있었던 곳에 흙이 한 움큼 파여 있고 여기저기 땅콩 껍질들이 난무했다.
며칠 동안 까투리가 땅콩 먹으러 왔던 것이다.
새들은 머리가 좋지 않다고 하더니 아닌 것 같다.
땅콩 먹으러 계속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나도 나름 대책을 세웠다.
한냉사를 쳤다.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를 쪼아 먹는 새들 때문에 토마토에 한냉사를 친 것처럼 땅콩도 한냉사를 덮었다.
일종의 모기장 같은 것을 두른 것이다.
그런데 꿩이 파 먹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고양이 꼬물이들의 난장은 막을 수 없었다.
한냉사 위에 올라앉아 땅콩들이 또 납작해지고 순이 부러졌다.ㅠㅠ
야단을 쳐도 소용이 없다.
사실 야단을 알아들으면 그 꼬물이들이랑 겸상을 하지...ㅠㅠ
이제 모르겠다.
얼른 시간이 가서 수확했으면 좋겠다. 아이고 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