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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사과와 단풍 2013/11/12

by jebi1009 2018. 12. 25.


       

추석이 지나면 지리산 우리집에서 잘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공정 80퍼센트를 말한 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마무리 했으면 하는데 그것도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그냥 되는대로.....
어차피 안달복달하나 그냥 신경 꺼 두나 결과는 비슷하니 이것도 즐기기로 했다.
이제 툇마루에 앉아 천왕봉 바라보고 누마루에 앉아서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감격...





마당 앞에 돗자리 깔고 앉아 유림 막걸리에 두부 한 모 집어 먹고
기분 만땅에 계속된 상승 게이지 ㅎㅎㅎ
청매암 쌍둥이네 두루 인사 나누고 일출식당에서 뽀지게 맛난 것 먹고 수월암에 돌아와 잠들었다.

               아침 수월암 마당에 나온 용가리 머리...어떻게 잠을 자면 저렇게 되나 신기하다..
               매일 아침 집에서도 새집을 짓지만 이날은 본 것 중 특종이었다.
               파자마 입고 범상치 않은 헤어스타일을 보니 정말 동네 바보형이다 ㅎㅎㅎ


하루 종일 동네 바보형은 가만 있으라며 놀렸더니 용가리가 그런다.
그래..동네 또라이랑 바보형이랑 살면 참 재미나겠다...
너 또라이인 것 세상사람들이 다 알잖아...ㅋㅋ
그러면서 어제 청매암에서 사과 깎던 일을 이야기한다.
과일을 내어 주시기에 얼떨결에 내가 칼을 잡아 깎았는데 옆에서 보시던 스님이
너 너무 한다..껍질이 너무 두꺼운거 아니냐..사과가 작아졌다..하신다.
내가 보기에도 엄청 두껍게 깎였다. 그래서 얼떨결에 그냥 사과 껍질을 다 먹어버렸다. ㅎㅎ
또라이니까 바보랑 살지...

그냥 가기 아쉬워하는 우리들을 위해 수월암 떠날 때 스님이 성삼재 쪽으로 휘 단풍구경이나 가자고 하신다.
처음에는 그렇게 구경하고 가라고 하시다가 아니다..그럼 같이 가자..하신다..신나라 ㅎㅎ
멀리서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떼로 몰려 단풍놀이 오는 이유를 알겠다.
지리산은 단풍이 들어도 그렇게 화려하거나 방정맞지 않다...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분위기 있는 여인처럼 말이다..
오전 수월암에서 차 마시고 느즈막히 나오니 성삼재 가는 길이 난리북새통이다.
차를 돌려 그냥 보이는 것만 감탄하기로...
단풍색을 좀 들이키려 차를 세웠는데 마침 '사과 팝니다' 써 있다.
사과 팔아요? 물으니 얼마나 따 줄까? 하신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과 밭에 들어가 사과를 땄다.
신기하고 낭만적이고...사과밭..말만 들어도 너무 예쁘지 않은가..
신부님과 스님을 위해 10킬로 넘게 넉넉히 담고
또 5킬로를 더 말했는데 8킬로 가까이 따 담아 주시며
일부러 차 타고 가서 팔아야 하는데 이렇게 와서 사가니 이 정도는 드려도 된다며 넉넉히 따 담아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덕에 우리도 서로서로 나누어 먹었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열매만을 쳐다보는 사과밭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어쨌거나 단풍놀이까지....남들 다 하는 것 구색 맞추고 살고 있당~~


뽀나스 )
실상사 앞에서 호두를 샀다.
항상 수월암 차탁 옆에는 콩이며 잣이며 놓아 두시는데  사람들이 와 차를 마시며 서로 나누게 하신다.
이번에는 멋진 함지박에 호두가 한가득 있었다.
껍질도 모두 모아두시는데 항우아저씨네 난로 태우는데 가져다 주신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집 안 어딘가에 다람쥐처럼 까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놔두고 싶었다.
스님 따라쟁이 하느라 호두 사서 담아 두었다.ㅎㅎ
            나도 껍질 모아서 지리산 우리집 아궁이에 불 땔 때 이용해야쥐


            요것은 전에 인월 철물점에서 산 호두 까는 도구다. 엄청 좋다. 완전 잘 까진다...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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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인글

  1. from 하나님의교회 ★넓은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안증회 2013/11/30 17:08

    제목: 한국에서 흔치 않은 과일

    단동 테스코에서 본 과일들 이 사진 찍는데 신기하게 보더라구요 ㅎㅎ 전 이 과일들이 신기했는데 말이죠 ㅋㅋ
  1. 너도바람 2013/11/12 16:16

    동네바보형아 사진에 빵~~~
    뒤집어 놨다고 지 양말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동네바보누나도 보이네 그랴.

    베드로 흠사과 시킬때 나도 한상자 부탁.

    • 제비 2013/11/14 14:11

      바보끼리 노는데 똘똘이가 끼면 안 되는 법~~

  2. 무명씨 2013/11/12 16:45

    지리산 단풍 귀경에 팁하나를 더한다면...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지말고 만복대를 지나 바래봉으로 가면 지리산 능선의 아름다운 단풍을 한눈에볼수 있어요. 억새밭을 지나며 계곡 건너로 보이는 지리산 단풍은 님의 표현대로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여인의 아름다움에 비길만 하답니다.
    꼭 집들이 하셔야 해요.

    • 제비 2013/11/14 14:13

      억새밭 지나며 계곡 건너로 보이는 모습 꼭 보고 싶네요...
      집 대문이 없으니 언제나 환영입니다^^

  3. chippy 2013/11/12 21:54

    사과 밭 사람들...ㅎ...그렇게 제목을 붙여도 좋을 사진이네요. 사과만 보고 따는 그 모습이 왜 이리 부러울까요? ㅎ...

    • 제비 2013/11/14 14:14

      열매를 따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열매를 맺기 위한 수고나 그것을 갈무리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어요 ㅎㅎ

  4. huiya 2013/11/12 22:18

    용가리님 헤어스타일 멋있습니다. 패션과 아주 잘 어울리신다는...제가 남학생의 새집같은 머리를 보고, 야 그 헤어스타일 멋있다. 어떻게 스타일링 한건 데? 물었지요. 머리감고 그냥 자면 된다고...

    • 제비 2013/11/14 14:15

      젊은 남학생 새집머리는 멋지기도 하겠지만 용가리 나이의 저런 모습은 추접스럽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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