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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고지가 이제 보이려고... 2013/11/26

by jebi1009 2018. 12. 26.



작업팀이 철수해도 끝내려면 아직 한참 남은 길이지만 그래도 이제 고지가 보이려고 한다.
지난 금욜 동서울에서 첫차 7시 지리산 고속을 타고 내려가 6시 10분 막차를 타고 올라왔다.
집을 짓기 시작한 이래로 작업 모습을 본 것도 이번이 두번째밖에 안되고
이렇게 오랫동안 현장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오래라고 해 봤자 서너시간...그 동안은 주말 일이 없었을 때만 갔었고
공사 초반 주말 작업시간에 갔었어도 놀러다니기에 바빠, 그리고 뻘쭘하기도 해서 인사만 잠깐 하고 나왔었다.
그동안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던 기단도 마무리되고 덧문과 방문이 달리고 도배와 마루가 완성되었다.
원래는 등과 화장실이 완성되어야 했지만 약간의 문제로 이번주 마무리될 예정이다.
부엌과 붙박이장은 아직도 가온과 현장 사이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 다음주나 되어야 될 것 같다.
부엌이 없으면 어떠랴...외부 문들이 다 달리고 불 밝히고 화장실 변기만 있으면 이번주 주말 간청재에서 1박을
시도해 볼 예정이다 ㅎㅎㅎ
뭐 변기 없으면 너른 들판을 이용 ㅋㅋ

오전 11시 마천에 내려 이번에는 짱개 말고 국수를 먹어보려고 방산집을 찾았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ㅠㅠ
두리번대니 거의 다 지리산 흑돼지 식당이다. 찌개류도 파는 곳에 들어가 눈치를 살피니 주인 아주머니가
밥 먹으려고 왔냐고 물으신다.
김치찌개 2인분 시켰다. 반찬 깔리고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냄비가 나온다.
아직 오전이지만 좋은데이 한 병 시켜 나눠 먹었다.
점심 장사 준비를 하시던 아주머니가 전을 부쳐서 가져오셨다. 맛 좀 보라고....무전이다.
배추전은 나도 부쳐먹지만 무전은 말만 들어보고 처음 먹어봤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창원마을 들어가는 버스는 오전 10시에 한 번만 있고 오후 1시 50분이 되어서야 있단다.
이번에는 마천 개인택시를 이용. 창원마을까지 7천원이란다.
가는 길에 할머니 한 분을 태웠다. 들어가는 택시 있으면 타고 가려고 기다리셨나보다.
공사현장을 말하기가 뭐해서 회광사 앞에서 내렸다.
택시아저씨가 어디가냐고 물으셨다. 재실 뒤에 집 짓는 곳에 간다고 했더니 그 곳 소장이 항상 이 택시를 이용한다고 하셨다. 나중에 소장님에게 들으니 개인용으로 짱 박아 놓은 택시라 하셨다. 말하면 어딘지 다 안다고...
택시아저씨에게 명함을 받아 놓았으니 다음에 이용할 때는 집 앞까지 갈 수 있겠다.
어쨌든 이번에는 회광사 앞에서 걸어갔다.
현장 팀들은 마침 점심 드시러 내려오시는 길이었다.
잠시 천왕봉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으니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셨다.
건축주 분들인가 보네...젊은 분들이네...건축주가 누군가 했더니 이제사 보네...하시며
우리에게 커피도 타 주시면서 명당자리 잘 잡았다고 잘 살라고 하신다.
그 중 어떤 분은 나를 부르시더니 여기 살면 반찬 걱정은 없다고 하신다.
저기 머위 천지고 그 밑에 미나리 천지라...저 밑단은 물이 많아 연 좀 심고 미꾸라지 풀어 놓으면 잘 자라..
추어탕도 끓여 먹고...반찬 걱정은 없지...
추어탕 ? 허걱!!

포크레인을 마치 사람 손처럼 사용하는 꼬마포크레인의 화려한 손놀림과 문짝에 척척 발라가는 창호지 다루는 솜씨를 헤벨레 구경하고 소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작업 후반부로 가면서 순조롭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작업 속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이 정도 된 것이 감사하다.
소장님이 그러신다.
'작업 환경이 열악하면 후딱 해 치우고 얼른 철수할텐데...천왕봉 보면서 산 속에 들어와 있으니...밥도 맛있고...'
진주에서 공방하시는 소장님은 어찌 보면 여기 현장에 와 있는 것이 제일 마음이 편하단다.
고등학교 때 천왕봉에 올라보고 이제야 천왕봉을 다시 보게 되었단다. 그것도 작업하면서..
원래 건축주분도 같이 일 하신다고 용가리더러 일 좀 하라고 놀렸다.ㅎㅎ
여기저기 필요한 곳 치수 재려고 줄자도 가져갔는데 뭐 하다 왔는지 제대로 해가지고 온 것이 없다.
이거 저거 물어보고 살펴봐야지 하고 적어갔는데도 제대로 물어본 것도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쓸데 없는 공상의 날개만 펴다가 우와~ 우와~ 이러고 바보같이 있다가 왔지 뭐...
우리는 언제쯤 똘똘해질까....

















  마천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곶감을 샀다. 지난주 우연히 들어간 가게인데 우리가 상량식 때 갔었던 노래방 아주머니가 하는 가게였다. 지난주에 호두를 샀었는데 호두가 참 좋았다. 이번주부터 곶감이 맛이 들어 판매한다고 해서 들렀다. 이 근처 곶감도 다들 청도에서 사 오는 것인데 이것은 정말 지리산 감이라 했다. 크기가 작고 씨도 하나도 없다. 아직 포장을 못했다시며 주렁주렁 걸어 놓으신 것을 걷어와 담아 주신다.

마천 곶감은 크기가 작고 육쪽마늘처럼 쪽쪽 찢어지는 것이 특징이란다.

  호두도 참 좋다. 마루에 놓고 틈 날 때마다 까먹는데 맛들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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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2013/11/26 23:47

    가슴이 두근두근... 아무래도 윈드차임 걸고 첫밤 보내야겠지.
    걱정마셈. 미꾸라지 내가 방생하여 살 찌워 잡아다 추어탕도 해주고 튀김도 할테니...

    • 제비 2013/11/27 16:36

      앗! 추어탕에 튀김까지...
      너도님에게 잡힐 미꾸라지가 있을까 ㅎㅎ

  2. 美의 女神 2013/11/27 11:37

    참 좋다... 지켜보는 즐거움도 좋네요.
    저도 언젠가는 일박하는 날이 오겠죠?
    용기...부럽심다. ^^ 아...곶감... 맛나것당. ^^

    • 제비 2013/11/27 16:38

      여신님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시니 번쩍 하고 나타나시겠죠 ㅎㅎ
      저 곶감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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