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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국화 ㅠㅠ 2014/10/28

by jebi1009 2018. 12. 26.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무싹과 봄동싹이 파릇파릇 올라오고 햇살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데
실로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간청재 마당에 차를 대는 순간 입구에 심어 두었던 국화가 이상했다.
어...국화가 시들었나봐...지나번에는 너무도 이쁘게 피어있었는데...이상하다..
언제나처럼 도착하자마자 달려가 텃밭의 아이들 살펴보고 함양장과 인월장에서 사다 심은 국화도 살펴보는데
장독대에 있는 국화는 뿌리째 다 뽑아가고 잘려진 국화를 마치 살아 있는 듯 뽑아간 자리에 꽂아 두었다.
텃밭 옆의 국화도 살펴보니 반을 뚝 잘라 캐어가고 없었다.
노란 국화는 놔두고 붉은 국화와 자주 국화만 그렇게 해 놓았다.
참...할 말이 없다...
딱 봐도 일부러 사다가 심어 놓은 것이 뻔한데 그렇게 들어와서 캐어가고 싶을까..
장에 가면 오천원 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말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국화를 사다 심는 사람, 그 국화를 훔쳐가는 사람...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값나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을 내어 이쁘게 심어 놓은 것인데 어찌...
그냥 길가에 주인 없이 피어 있는 것도 아니고 집 마당에 일부러 심어 놓은 것인데 어찌...
태어나 살면서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지난번 요렇게 이쁘게 피었던 국화는....



이렇게 파헤쳐 반을 잘라갔다

  

 .


  장독대에 예쁘게 피었던 국화는...

아예 다 뽑아가고 마치 국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인지 잘려진 국화를 땅에 꽂아 놓고 갔다...


일평생 처음 해 보는 것이 또 있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 페인트칠 해 보기!
창고 벽면은 다른 마감을 하지 않아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 상태였다.
밑에는 이미 빗물로 많이 손상이 되어서 너도님의 강력한 코치로 창고 벽면을 칠했다.
용가리는 오른손 부상을 입어 별 도움이 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사다리는 내가 올라야 했다.
부들거리며 사다리 올라가 페인트통 넘겨 받아 붓으로 칠해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할 만하다...
이번에 같이 온 친구들에게 소리친다.
해 보고 싶지? 재밌겠지? 한 번 해 보는데 오백원씩 내고 해 ㅎㅎㅎ
해가 넘어가자 금세 썰렁해지고 콧물을 훌쩍댄다. 대충 한 면을 빼고는 마무리했다.
나중에 합세한 나무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살다 보니 이렇게 사다리 타고 페인트칠을 하게 되는 일도 생기는구나...
앞으로 어떤 일들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맷돌도 돌리고 떡메도 치고 재봉질도 하고...생각만 해도 신난다..히히히





동네 할머니가 쑤어오신 도토리묵 사다가 봄동순 솎아서 무쳐먹고
다시 자라난 미나리 끊어다 전 부치고
구들방 아궁이불에 고구마 넣어 구워 먹고..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은 너무도 짧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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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명씨 2014/10/31 07:50

    세월호이후 인간과 짐승으로 구분되더라는 말이 실감나는데
    간청재에도 짐승들이 지나갔군요.
    저는 그래도 예쁜 가을 국화의 내음을 좋아하는 짐승이라 자부합니다.ㅎㅎㅎ

    • 제비 2014/11/11 20:17

      처음 있는 일이라 기분이 참 이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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