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어 물이 오르기 전까지 대기 상태...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눈에 보이면 일하고...
구들방 이불 밑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 뒹굴대고..
물론 아직까지 집을 비워놓다 보니 도착해서 간단한 청소와 환기를 해야 하고
또 서울로 오기 전에도 부엌과 화장실 청소 그리고 집안 곳곳 단도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해가 창고 쪽으로 넘어가 뒷마당의 툇마루를 비추면 아궁이에 불을 넣어야 한다.
아..눈이 오면 눈을 치워야 한다.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도 해야 할 일이 좀 되는구나...쩝...
용가리가 백수가 되고 보니 주말이 아닌 평일에 갈 수 있어 좋다.
예매도 하지 않고 현장 구매로 당당하게 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날이 따뜻해서 눈이 거의 녹아 택시로 간청재 앞까지 갈 수 있었다.
간청재에 콕 박혀 있다 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아궁이에 불 넣고 뒹굴대려고 하는데 누마루에 질펀하게 퍼질러진 새똥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누마루가 새들의 공중변소 쯤 되는지 꼭 그 장소만 질펀하다.
지난번부터 거슬렸지만 날이 너무 춥고 눈치우고 어쩌느라 나중에 나중에 했는데
지금 보니 혹 새똥에 안 좋은 성분이 있어 누마루를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바보처럼 들었다.
게다가 날이 너무 따뜻한거다...
그래서 따뜻한 물 한 세숫대 담아다 수세미로 박박 닦았다.
아 개운해~ 속이 다 시원하다!
우리의 누마루가 새들의 공중변소로 이용되나부다...ㅠㅠ
아..개운해~ 하지만 또 질펀해질랑가...
이제 들어가 음악 듣고 놀아야지...했는데 뒷마당에 아주 기다란 대나무 장대 두 개가 턱 걸쳐 있는 것이다.
지난번 왔을 때 대나무 장대라도 쳐서 대문 흉내라도 내야겠다는 말을 듣고 옆골짜기 스님께서 가져다 놓으신 거다.
아니 저 긴 것을 어찌 가져오셨을까...
나중에 여쭈니 스님 토굴에서 끌고 오셨단다..이런 이런...
운동 삼아 가져다 놓으셨다는데 송구스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집을 비워 놓으니 자꾸 차들이 들어와 차도 돌리고 하느라 마당도 많이 패이고 또 손이 타는 것 같아
표시라도 해 두려고 한 것이다.
역시 우리들의 수호천사....
정교한 디자인은 다음으로 미루고 일단 집에 있는 보도블럭으로 대충 걸쳐 놓았다.
이 긴 것을 메고 어찌 걸어오셨을까..
옮겨 심은 매화나무 가지에 멍울이 맺었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아야지...
커피 내려 마시고 책을 읽다가 뜨개질을 하다가...
용가리가 없어서 나가보니 누마루 옆으로 가지가 뻗친 나무를 자르고 있다.
봄이 오기 전에 누마루 옆 축대 위의 나무들을 자르고 앞 단 축대에 있는 나무 두 그루도 베어야 하는데
혼자서 해 보겠다며 일단 작은 나무들을 잘라 보겠다고 한 것이다.
아직 전기톱을 사지 않아서 작은 수동톱(?)으로 꼼지락거리고 있는 것이다.
조금 하다가 들어오겠지 했는데 결국 나도 나가서 장갑을 꼈다.
베어낸 나무들 잔가지 정리는 내가 낫으로 했다.
아궁이 앞도 물이 들어 질척거리니 땅을 조금 파내고 작은 돌을 깔았다.
결국 오늘도 또 땀과 콧물을 흘리고 아궁이에 불을 넣고 들어왔다.
구석에 박혀 있던 영화 아마데우스 판을 발견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2,30년이 훌쩍 넘었네....오래간만에 판을 건다.
뜨개질 하다가 허리 한 번 펴고 지리산 한 번 바라보고...
마루에 햇살이 사라지면 구들방으로 들어와 요 밑으로 파고 든다.
어쨌든 나름 땔나무를 마련했다.
아궁이 앞도 땅을 조금 파고 돌을 깔아 정리했다.
해가 기울어가면 지리산 능선은 너무도 아름답게 빛난다.
우리를 먹여살리신다.
조금만 꼼지락거려도 하루해가 넘어간다.
동치미에 소주 한 잔이면 또 낄낄거리며 절절 끓는 구들방으로 들어가 등짝을 지진다.
그렇게 간청재에서는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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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지리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사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집일이라는 게 하자면 끝이 없지요.
사람들이 남의 집인데도 아무렇지않게 침입(?)을 하는군요.
장대 높이를 조금 더 올리셔도 좋을 듯해요.
출입구가 너무 넓어서 나무를 좀 심을까 생각 중입니다...
새 깃털 하나 주워서 태운 재를 새변소 근처에 뿌리시고 참새구이맛있다 라고 써붙이시면 경고가 되지 않을까요?
자기는 참새 아니라고 계속 똥 싸려나 ㅋㅋㅋ
ㅎㅎㅎ 이번에 갔더니 퍼질러 싸 놓지는 않았더라구요...
저도 그 음반이 있었는데...오래전에 모두 버렸지요. 지금 새삼 아깝긴 한데요, 그래도 영화는 갖고 있으니까요.
중학생 때였나....영화 보고 모짜르트의 시신이 구덩이에 던져지는 것을 보고 참 우울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