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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톱질 2015/02/04

by jebi1009 2018. 12. 26.


       

톱질...하니까 무척 거창한 느낌이 들지만 말 그대로 톱으로 나무를 자른 것이다.
지난번 베어 낸 나무들을 땔감용으로 정리하느라 톱을 사용한 것이다.
용가리는 전기톱, 나는 그냥톱...
하늘은 청명하고 햇살도 따스하고 바람도 불지 않고..일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아무 생각 없이 아침에 일어나 눈꼽 떼면서 햇살 쐬러 나가서 손을 댄 것이 오후 5시가 다 되어 끝났다.
물론 일을 다 끝낸 것이 아니라 지쳐서 멈춘 것이다.
가져간 바나나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일했지만 결과는 참 보잘 것 없었다.
폼 나게 예쁘게 장작을 쌓아 두려고 했으나 폼이고 나발이고 잔가지들은 나중에 그냥 위에 얹고 밟았다..
나름 싸리비처럼 예쁘게 정리하려고 했으나 칡덩굴에 뒤엉킨 잔가지들은 정리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굵은 장작을 좍좍 쪼개서 쌓는 것과는 달리 성취감도 제로....ㅠㅠ
용가리는 처음 써보는 전기톱과 씨름하느라 허리와 어깨의 통증을 호소했고
나는 힘으로 부러지지 않는 잔 나무들을 그냥톱으로 자르느라 팔목이 아팠다.
아직도 정리할 나무들이 많이 남았으니 톱질은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다.







밥 굶어가며 해가 기울 때까지 작업한 결과물이 초라하다...쩝....


최인호의 유고집 [눈물]과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두 권을 연달아 읽었더니 참으로 묘하다.
암투병 중에 하나님의 사랑을 눈물로 가슴을 후벼파며 절절하게 고백하는 최인호의 글과
'신 따위, 개나 줘라'고 역설하는 마루야마 겐지의 글.
간청재 내려 가는 날 집 정리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가져간 책을 읽었다.
그날 밤 뜨끈뜨끈한 구들방에서 잠자며 나는 목이 아팠다.
자면서도 생각했다. 최인호의 침샘암 투병이야기를 읽어서 그런걸거야...
그리고 꿈도 꾸었다.
어릴적 엄마에게 혼나면서 '그러게 누가 이 세상에 낳아달라고 했어?'라고 대드는 나를 보았다.
마루야마 겐지...이 엉뚱한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 할아버지는 이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로 나와 만났었다.
심오한 진리나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들은 아니지만 내가 속으로 외치던 말들의 8,90프로는 속시원히 말해준다.
참,,,뭐랄까...너무나도 진지해서 웃음이 나온다고 할까?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글의 목차만 읽어도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읽은 것이다.



계속 굴리던 뜨개질을 드디어 마무리했다.
이것이 옷이나 될까..실은 모자라지 않을까...에라 모르겠다...
의심과 배짱으로 밀고 나가던 스웨터가 완성되었다.
입어보니 나름 흡족...huiya님께 감사....






  옆 골짜기 스님 집에 새 식구가 들어왔다. 순돌이. 암컷인데 순돌이다. 너무 부끄러워 숨었다.
  잘 찾아 보면 보인다. ㅎㅎ

이럭저럭 2월이 되었다.
이제 슬슬 땅을 파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진짜 웃겨...뭐 하는 일이 있다고 이런 마음이..
남들이 들으면 몇마지기 농사, 하우스 특수 작물 정도 하는 사람이 줄 알겠네..ㅋㅋ
다음번 간청재에는 매화 꽃망울이 조금은 벌어져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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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2015/02/05 08:57

    제비님의 뜨게질 솜씨가 일취월장이네요 ㅎㅎ
    마당앞에 얼어있는 작은 연못도 보고싶고... 여유로운 간청재의 모습이 눈에 훤하네요.
    제비님 내외분이 간청재 만큼이나 여유로워졌을 듯하여 혼자 상상을 해봅니다.

    • 제비 2015/02/18 10:37

      여기서 만나니 무지 반갑네요 ㅎㅎ
      2월의 험난한 고비는 잘 넘기셨는지..

  2. 푸른날 2015/02/05 10:19

    선입견대로 개집만 들여다 봤다는...ㅋ
    그 친구 얼굴이 동화책에 나올법한 인상이네요.
    자기 직업을 잃어버릴 정도로
    순해도 너무 순한...

    • 제비 2015/02/18 10:38

      아직도 부끄러움이 많아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아요 ㅎㅎ

  3. 美의 女神 2015/02/05 10:20

    찾았어요. 겁이 많나 봐요.
    봄이란 뭔가를 하게 하는 의욕이 생기게 해요.
    일취월장...농사도 느실겁니다.

    • 제비 2015/02/18 10:39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이 느는 것이겠지요?

  4. huiya 2015/02/07 17:40

    감사합니다.
    드디어 완성하셨네요.
    옷이 우아하게 멋있어요.

    • 제비 2015/02/18 10:39

      칭찬해 주시니 감사감사~

  5. 무명씨 2015/02/15 08:03

    지리산 천왕봉은 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구만요!!

    • 제비 2015/02/18 10:40

      네...어디 도망가지도 않고 말이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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