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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나무를 베다 2015/01/21

by jebi1009 2018. 12. 26.

간청재에 들어서자 대문 표시랍시고 어설프게 걸어 두었던 대나무가 더 야무지게 걸려 있다.
누가 다녀갔나? 이러면서 들어서는데 어딘가 달라졌다.
천왕봉 바라보는 전망이 어딘지 모르게 달라졌다.
그리고 집을 돌아 보는데 누마루 옆이 훤히 트였다.
앗!! 그렇게 걱정을 늘어지게 했던 누마루 옆 나무와 전망을 가리던 버드나무 두 그루가 깔끔하게 베였다.
세상에...예상대로 옆 골짜기 수호천사님이 다른 한 분과 오셔서 해 놓으신 것이다.
연신 전화에 대고 감사하고 죄송스럽다고...베어 놓은 나무는 좀 말렸다가 정리하면 한 겨울 땔감으로 잘 땔 수 있을 것이라 하신다.
지난번에 일반 톱으로 조금 잘라내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전기톱을 샀다.
혹 나무가 집 쪽으로 넘어가면 큰 일 나니까 잘 받치고 밀어 가며 베어야 한다고 하셨었다.
그러니 전기톱이 있어도 나무를 베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우리 둘이서는 안 되었겠지만
그래도 살살 시도는 해 보려고 했다.
이제 새로 장만한 전기톱으로 베어낸 나무들을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그 일만도 보통 일은 아닐 것 같다....
살아가며 갚아드려야 할텐데 그러려면 오래 살아야겠다. 


나무를 베어내니 간청재 전망이 더 훤해졌다. 



  잘려진 나무들을 정리하는 일이 남았다 

항상 나뭇가지들이 지붕까지 뻗어와 바람이 불면 불안했는데 누마루 옆도 훤해졌다.





  큰 맘 먹고 장만한 전기톱을 조립하여 시운전해 본다.
  우리가 그렇지...체인 날을 거꾸로 끼워서 나무가 잘리지 않았다. 다시 제대로 장착..성능 굿~ 

매번 김치와 라면과 냉동실을 뒤져 먹던 우리가 이번에는 큰 맘 먹고 돼지고기를 샀다.
어디서 본 대로 고기 토막을 호일로 싸서 아궁이에 익혀 먹기로 한 것이다.
밑 양념은 있는 대로 소주와 마늘 후추 매실액을 조금 넣어 재워 두었다.
호일에 쌀 때 집에 있는 녹차와 홍차 월계수잎을 함께 넣어
녹차고기, 홍차고기, 월계수고기의 맛을 평가하기로 했다.
아궁이에 불이 조금 사그라들자 안에 넣어 묻었다.
그런데...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딴짓하다가 너무 오래 넣어 두었다 ㅠㅠ
우리는 바싹 익힌 고기를 좋아한다며 서로 합리화시키며 탄 부분은 잘라내어 가며 먹었다.
그래도 맛은 환상적이었다. 고기 냄새에 민감한 용가리도 만족해 했다.
은은한 녹차향과 월계수향이 나는 직화구이 고기는 맛있었다.
홍차향은 잘 느끼지 못했다..
원래 호박잎이나 취나물, 칡잎 등등에 싸서 구우면 수분도 적당히 생겨 더 맛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어쩔 수 없었다. 풍성한 잎들이 생길 때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엄청 쉬우면서도 간단히 먹을 수 있어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이다.

 


녹차잎, 홍차잎, 월계수 잎을 함께 넣었다


화로에 치즈도 구워 먹고...

가래떡도 구워 먹었다...나와 용가리가 선호하는 메뉴! 


밤부터 바람이 엄청 불기 시작하더니 잠자는 내내 바람 소리가 무서웠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창 밖이 하얗다. 밤 새 눈이 내렸다.
햇살은 따스해 보이지만 바람은 계속 매섭게 불었다.
햇살 믿고 눈 안 치우고 좀 개겨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용가리가 눈을 치웠다.
나는 바람 불어대니 집 안에서 꼼짝 않고 나가기 싫었다.
덥고 춥고 눈 오고 다 괜찮은데 겨울 바람은 사람의 의욕을 다 상실시킨다.
하루종일 뒹굴면서 가져간 책 두 권을 다 읽었다.


멍청하게 눈 내린 길을 보고 있는데 내 앞으로 고라니 한 마리가 지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눈으로 직접 고라니를 본 것은 처음이다.
  겨울에는 마을 사람들이 고라니를 사냥하기도 한다.



 모과향이 은은한 햇살 드는 방 안에서 책을 읽는다.



나는 아직도 극복이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물론 그것이 극복이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2009년 5월 23일과 2014년 4월 16일
내 인생에서 정말, 정말로 어마어마한 큰 충격이었다.
지금도 이 두 날과 관련된 어떤 단어나 어떤 글귀나 어떤 사진만 보더라도 내 몸은 자동으로 반사한다.
뜨거운 것이 치미면서 얼굴에 경련이 일고 코가 아파온다. 그리고는 눈이 빨개지고 눈물이 번진다.
그래서 창피한 적도 많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가 그립다] 예쁜 노란색표지다.
보고 싶다. 당신의 전속 이발사 -정주영
잡고 싶다. 식사하세요 - 신충진
노무현 대통령의 이발사로,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총주방장으로...
보통 길어야 1년 반 정도 되면 교체가 되는 청와대 총주방장 자리, 신충진 씨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함께 했고 마지막 봉하에 내려가는 기차에도 함께 올라 도시락을 내밀었다.

유시민은 닮고 싶다고 했고 서민은 갚고 싶다고 했다.

막고 싶다. 사소하고도 기나긴 - 노항래
2009년 4월 마지막 날 검찰청에 있을 노 대통령에게 작은 위로나마 전하고 싶은 마음에 검찰청사로 갔다가
전경차에 실려 경찰서 유치장에서 이틀을 보내고 어이 없이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약식재판으로 30만원을 선고 받고 고인에 대한 내 진정성을 모독한다는 생각에 '확 돌아서' 정식재판을 청구한 노항래 씨.
그 재판은 2년을 끌고 아홉번의 재판을 거쳐 벌금 10만 원. 유치장에 갇힌 이틀의 대가로 벌금 10만원은 까였다.
'이제 그만해라, 돈을 더 내라고는 하지 않을게.' 대법원의 판결을 이런 타협안처럼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도 내 자동반사는 계속 될 것 같다....


마지막 장을 읽고 저녁을 준비했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김치에 도토리묵을 무치고 냉동실을 뒤져 어묵탕을 끓였다.
얼큰하게 먹고 싶어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도 넣었다.
소주를 좀 많이 마셨다.




  벌집을 떼어낸 자리에 자국이 남아 있다.

다음 날 바람이 잦아들자 밖으로 나올 만 했다.
햇살은 찬란하고 바람도 없으니 일 하기 딱 좋은 날씨.
숙원 사업이던 현관문 위쪽의 벌집을 제거하기로 했다.
수호천사님이 가져다 주신 대나무 장대가 있으니 사다리 없이도 벌집을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긴 대나무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둘이 대나무에 매달려 콧물과 땀을 흘리던 끝에 벌집을 떨어 내었다.
벌이 다시 오기 전에 집을 없애려고 한 것인데 아무래도 벌이 다시 와서 새 집을 지을 것만 같다.
그래도 살 만큼 살면 또 떠나가니 벌들이 집을 이용할 때에는 가급적 그냥 놔 두려고 한다.

 땅 속은 얼었는데도 풀은 나온다. 풀을 이만큼이나 뽑고 나니 손이 시려웠다.  

벌써 2월이 다가온다...
풀들이 제일 먼저 파란 색을 자랑하며 나왔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아직 땅도 얼었는데 푸릇푸릇한 것이 돋아났다. 이 아이들과 정말 함께 살 수는 없는 것일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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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2015/01/23 13:10

    나두 맥주만 마시다 오늘 첨으로 과테말라 소주(?)를 첨 마셨다네.
    사흘동안 인터넷 안되는 세묵 짬페이에 있다 프로렌스 호수 앞
    아미같은 초생달이 걸려있다 지더니
    호숫가에 별이 한가득. 낼 마야 쬐대 유적 띠깔에 가서 재규어를 만나볼 생각이라네.
    그래도 세상 어딘들 간청재 안한곳은 없으이.

    • 제비 2015/01/26 15:38

      이제 여행도 막바지...
      원기 충전하셔서 만나기를

  2. chippy 2015/01/24 23:43

    모과향기...그립네요. 알고 지내던 후배는 모과를 깎아서 그냥도 먹는다고 했어요. 전 차나 방향제로만 쓴다고 생각했는데...놀라운 사실이었죠. ^^

    • 제비 2015/01/26 15:38

      모과를 그냥 먹기도 하네요..신기...

  3. 아침이슬 2015/01/26 18:06

    전기톱은 좋은걸로 잘 구매하셨습니다. 일본산 마키다...
    전동공구 중에서는 한국에 나와있는 다른 어떤 제품 보다도 좋습니다. 사용하실때는 반드시 남자분이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 제비 2015/02/04 21:49

      네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4. 美의 女神 2015/01/26 20:24

    화로주변은 깡통집 선반같은 판을 두르면 음식올려 놓고 불똥 위험도 없어요.

    • 제비 2015/02/04 21:50

      신중히 탐색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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