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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케잌을 먹다 2016/05/27

by jebi1009 2018. 12. 27.


       

간청재로 이사 온 후 케잌을 두 번 먹었다.

결혼 기념일과 용가리 생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념일이나 생일이 그리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냥 무슨 날을 빙자해 맛난 케잌 사다 먹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케잌 먹기가 수월치 않았다.

함양읍에 파리바게트가 있기는 하지만 한 번도 가 보지는 않았다.

읍내에도 맘 먹어야 나갈 수 있으니...

4월 29일. 결혼 기념일이다.

항상 무슨 날에는 일식집에 가고는 했지만 이 곳에서는 통 크게 바닷가로....

통영 보다 좀 가까운 삼천포로 갔다.





용가리가 쪼그려 앉아 한참을 보고 있기에 봤더니 '야 이 모래밭에서도 풀이 난다' 하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바다도 보고 모래도 밟아 보고.....
바다 바람과 산 바람은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파도 소리와 숲속 바람 소리는 많이 닮은 것 같다.

삼천포 시장에서 놀래미와 돌돔을 회뜨고

살짝 말린 서대와 꽃돔(? 파시는 할머니가 맛있다고 강추해 주셨다)을 샀다.

돌아 오는 길 사천시의 큰 마트에 들어가 케잌을 사려 했다.

오랜만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생크림 케잌이 너무 먹고 싶었다.

제법 큰 마트의 베이커리였는데 전시용 케잌만 있고 실제 케잌은 주문하라고 써 있었다.

종류도 많지 않아 아쉬운대로 생크림케잌 작은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생크림은 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크림을 지금 얹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제법 뜨거운 날씨에 차 안에는 회도 있고 돌아가는 시간도 꽤 걸리고...

그냥 가려니까 다른 케잌은 바로 된단다.

초코케잌을 주문했다. 냉동실에서 나온 듯....한 시간 이상 두었다 먹으라 했다.

초코케잌은 브라우니 종류였다.

아주아주 촉촉하고 부드러운 케잌을 먹고 싶었던지라 평소 케잌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나는 그냥 그랬다.






두 번째 케잌은 5월 22일. 용가리 생일에 먹었다.

이런 저런 일 때문에 회 먹으러 바닷가에는 가지 못했다.

아침에 생일상을 차려 주었다.

평소 우리는 저녁 한 번만 같이 먹는데 주로 내가 만든다.

나머지 끼니는 서로 각자 알아서 해결한다.

그런데 생일이라 특. 별. 히. 밥상을 차려 주었다. 게다가 용가리가 좋아하는 특별 음식 계란말이로....

누구는 그런다. 계란말이 뭐 어렵다고..맨날 해 줘라..

모르는 소리. 맨날 해 주면 계란말이 귀한 줄 모른다. 어쩌다 해 줘야 감격하면서 먹지...ㅎㅎㅎㅎ


생일상이라 하면 남들이 비웃을라나?



지난번 실패한 케잌을 만회하고 싶었다.

실상사 옆 느티나무 매장에 알아봤더니 2,3일 전 주문하면 케잌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생크림 케잌..

신경 써서 3일 전 케잌을 주문했다.

생일날 케잌을 찾아 오면서 마천에 새로 생긴 치킨집에 들러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도 샀다.

따끈한 치킨에 맥주...이 얼마만이냐...ㅋㅋㅋ

느티나무는 유기농 매장이다. 생크림 케잌은 참 건강한(?) 맛이었다.

난 좀 더 퇴폐적인 맛이 좋은데....ㅠㅠ

그래도 처음 케잌 보다는 더 나았다.

다음 케잌 먹는 날에는 좀 더 궁리를 해 봐야겠다. 숨어 있는 케잌 가게가 있을지도...





맥주 잔을 샀다.

다 버리고 또 산다는 것이 웃기지만 그래도 술 마시는 잔에는 조금 애착이 간다.

평소 쓰던 유리잔은 아름다운 가게에 맡기고 결혼 할 때 엄마가 해 준 크리스탈 잔만 가지고 왔었다.

별로 쓰지 않던 크리스탈 잔을 팍팍 쓰려고 했다.

그런데 참으로 크리스탈은 정이 안 간다. 뭘 담아 마셔도 별로다..

그러면서 잘 깨지고 비싸기는 오죽 비싼가....







맥주 잔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별로 비싸지도 않고...

역시 잔이 마음에 드니 맥주 때깔도 달라 보인다.

이제 간청재에 오는 사람은 맥주를 마실 때 잔을 골라마시는 특권을 가질 수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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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벨라줌마 2016/05/29 06:14

    저는 오늘 5월 28일 결혼 기념일.... 작년에도 올해도 까먹고 그냥 들어온 남편....왕 짜증 내고 한바탕 소리질러주고 성질나서 결혼반지 빼서 식탁에 올려 놓고 방에 들어갔더니....세레나 데리고 나가서 장미 한다발 사들고 들어와 죽여 달라네요.... 식탁에 식칼 올려놓고 계속 말 무시하며 컴터 하고 있으니....부녀가 쥐죽은 듯....방으로 들어가네요.....그래도 저 웃습니다 헤헤헤헤

    제비님 용가리님 결혼 기념일 축하드려요~~~ 용가리님 생일도 축하드립니다~~~!! ^^

    • 제비 2016/06/01 18:07

      기념일은 뭐 맛있는 거 먹는 날이라 그 날 뭘 먹을건지 이야기 하느라 까먹지는 않네요 ㅎㅎ
      둘 다 까먹는 날은 아직 없었어요 ㅋ

      5월의 신부님 축하드립니다~

  2. 알퐁 2016/05/29 10:35

    쪼그리고 앉아 풀 보는 남자 멋있어요!!!
    퇴폐적으로 단 맛을 좋아하시면 뉴질 파블로바 좋아하시겠네요.
    https://www.google.co.nz/search?q=pavlova+nz&espv=2&biw=1126&bih=729&tbm=isch&tbo=u&source=univ&sa=X&ved=0ahUKEwjC3uuSkv7MAhUj4qYKHfpjCosQsAQINw&dpr=1#imgrc=7WFHcorP4KzBcM%3A

    축하드립니다!

    • 제비 2016/06/01 18:08

      아이고....눈 돌아가고 침이 질질 흐르네요 ㅋㅋ

  3. WallytheCat 2016/05/31 08:59

    저야말로 바다 본 지가 한참 지났네요. 늦었지만, 결혼기념일 축~하~ 드려요!
    특별 주문한 계란말이가 포함된, 미니멀해 보이는 생신 상이 참 인상적이에요. 특별한 날에 케잌도 힘들게 구해서 드시고, 생일 상도 차려드리고... 훌륭합니다. 저는 귀찮아하며 대부분 다 그냥 넘어가거든요.

    • 제비 2016/06/01 18:12

      그냥 먹고 싶은 거 날 잡아 먹는 거지요..
      저는 맛있는 거에 약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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