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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김장 2017/11/17

by jebi1009 2018. 12. 29.

       

간청재 내려와 두 번째 김장.

김장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배추김치를 담는 날이다.

이곳으로 오면서 난생 처음 일년에 두 번 김치를 담아 봤는데 여름 열무김치와 겨울 배추김치다.

김치 떨어지면 또 담아야지...하고는 양념을 냉동실에 보관했었지만 일년 동안 한 번도 담지 않았다.

작년 김장 때 남겨 두었던 양념 이번 김장 때 같이 쓴다..ㅋㅋ

김치 담기는 다듬고 절이고 씻고...하는 과정 때문에 여간해서는 맘 먹어지지 않는 일이다.

작년 청경채 만한 배추로 코딱지 만큼 김장을 해서 김치가 곧 떨어졌지만 구찮아서 사서 먹었다.

사서 먹던 김치도 달랑달랑해서 올해는 조금 일찍 김치를 담았다.

추워지면 일하기가 더 싫고 힘들어지고 무도 얼기 전에 뽑아야겠고...

사과밭 일로 몸이 완전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방 안에서 보이는 텃밭의 배추와 무가 내 마음을 짖누르고 있어

과감하게 날을 잡았다.

장에 가서 마늘, 갓, 쪽파 등을 사고(올해도 쪽파를 심었는데 영 신통치가 않다 ㅠ) 텃밭에서 배추와 무를 뽑아

다듬어 절여 놓고 다음날 양념 만들어 버무려 넣었다.








잘 자란 무를 옮기며 용가리가 말한다. 포탄 나르는 것 같아...ㅎㅎㅎ







올해는 한냉사 덕분에 배추와 무가 엄청 잘 자랐다.

물론 한냉사를 씌워도 배추는 벌레들의 공격을 받은 것들도 있었지만 작년에 비하면 정말 대박이다.

특히 무는 무청도 거의 벌레 먹지 않아 무성하고 그에 따라 무도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혹 크기가 커서 속이 이상한거 아닌가...해서 바로 잘라 맛을 봤는데

세상에나~ 엄청 달고 시원하고.. 내가 먹어본 무 중에 최고의 맛을 자랑했다.

밭에서 뽑아 바로 서울 어머니들께 두어 개씩 보냈다.

나중에 전화해서는 무랑 배추 옆집에서 얻은거냐고 물어보시기도...ㅎㅎ

작년에 비해 품질이 엄청 좋아졌기 때문.








무청을 널다 눈을 돌리니 축대 밑에 한련화가 새로 피었다. 엄동설한까지는 아니지만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데도 한련화는 꽃이 피었다. 정말 대단하다!





배추는 괜찮은 겉잎을 모아 삶아 우거지 만들고 무청은 잘라서 줄에 매달아 널었다.

뱉추를 갈라서 소금을 뿌리고 소금물도 부어서 절였다.

무와 배추 갈무리하는데만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다음날 아침 눈 뜨자마자 절여 놓았던 배추 위 아래 바꿔주고는 양념 준비를 시작했다.

무 썰고 양파 마늘 생강 갈고 찹쌀풀 쑤고...에고 허리야~

절여두었던 배추를 씻어 물기를 뺐다.

배추 크기가 작년 두세 배는 커져서 의외로 배추 양이 많았다.

게다가 절인다고 절였는데 숨이 그리 많이 죽은 것 같지 않다.

양념을 만들고 버무리려고 물 빠진 배추를 가져왔는데 배추가 다시 살아났다.

내가 일부러 오후 5시 쯤 일찍 절였는데도 별로 기죽지 않았다. 소금 양이 적었나? 아닌거 같은데..ㅠ

배추가 다시 밭으로 돌아갈 기세다.

고민했지만 어쩔수 없지..그냥 담는 수밖에...




작년에 비하면 MVP배추가 넘쳐난다. ㅎㅎ 작년에는 파란 잎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크기도 크고 하얀 부분이 엄청 많다.



내가 갖고 있는 김치통은 조금 큰 것 하나 중간 것 하나 작은 것 하나..3개가 전부다.

작년 작은 배추들은 김치통 2개에 모두 들어갔었다.

배추 숫자는 11개로 작년과 같았지만 양은 엄청 많아졌다.

또 섞박지까지 넣으려고 준비했기 때문에 양은 더 늘어났다.

배추를 버무려 김치통에 넣는 순간...이게 아니다. 택도 없겠다.

게다가 배추가 살아있어서 김치통에 몇 개 들어가지도 않는다.

고무장갑 벗어던지고 농협 가서 김치통 두 개와 김장용 비닐봉투를 샀다.

다시 버무리기 시작. 양이 많으니 시간도 더 걸리고 힘도 더 들고...

앗! 다시 위기 상황이 닥쳤다.

양념이 모자라는 것이다.

남은 배추 두어 개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용가리가 하얀 배추도 김치로 먹겠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해서

액젓과 고춧가루 마늘 매실청 약간만 넣어 대충 양념 양을 조금 늘렸다.

새우젓은 처음 양념 만들 때 다 쓰고 없었다.

정확한 계량으로 양념을 만들었기 때문에 작년 쓰던 새우젓이 딱 정량만 남아서 더 사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은 대충 버무려 마무리했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김치를 쟁여놓고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김치를 그렇게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조금씩 엄마 김치를 가져다 먹었기 때문에

우리집 냉장고에는 한 통 이상의 김치가 들어 앉아 있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물론 김치냉장고도 없다.

김치가 냉장고에 전부 들어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어쩐다....

어쩌긴 땅 파서 묻자!





냉장고에 밀어 넣고 남은 김치통을 땅에 묻었다. 혹 잊어릴까봐 넙적한 돌로 묻은 자리 표시.




다음날 배추밭 한 귀퉁이를 팠다.

밭을 만들면서 그렇게 파고 뒤집고 했는데도 또 돌이 덜컥덜컥 걸린다.

중간 사이즈 돌 두어 개를 파내고 구덩이를 팠다.

김치통을 김장용 비닐로 싸서 고이고이 묻었다.

냉장고 김치가 다 떨어지면 꺼내볼 생각이다. 어찌 될지 실로 궁금....

원래 멋도 모르고 얼떨결에 했던 첫김장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위기상황이 많았다.

내년에는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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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퐁 2017/11/22 16:50

    오메오메... 제대로 염장을 ㅜㅜ

    • 제비 2017/11/27 10:41

      옆에 계시면 진짜 퍼드리고 싶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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