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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감자 2018/06/30

by jebi1009 2018. 12. 29.

       

지난 3월 밭을 만들고 있을 때 지나가시던 동네 할머니께서

'감자 한 고랑 심어라...한 고랑만 심어도 한 박스 나온데이..'

요 말씀에 혹해서 씨감자 2천원어치를 사다 한 고랑만 심었었다.

심은지 한참이 되어도 우리집 감자는 올라올 생각을 안 해서 애를 태웠다.

동네 감자들은 풍성하게 자라가는데...ㅠㅠ

그러다 늦게 싹이 올라오고 자라기 시작했다.

두 개 정도 풍성하게 자라 꽃도 피고 했지만 나머지들은 비실비실한 것이 잘 자라지 못하고 꽃도 보이지 않았다.

딱 보아도 발육부진...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잎이 누렇게 되기까지...

그래도 조금 더 키워보자고 기다렸는데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마을 밭 감자들이 엊그제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비 오기 전 면에 다녀오면서 보니 다 수확을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장마 오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고....

이미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하니 그냥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잠깐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감자를 캤다.

감자를 캐면서 김동인의 감자에 나오는 복녀가 잠깐 생각났다.

어렸을 때의 주입식 교육은 무섭다. 감자 하면 배따라기와 함께 김동인이 생각나다니...ㅋㅋ


결과는 예상대로 부실했다.

감자를 심을 때는 굵은 감자 쟁여 놓고 쪄 먹고 부쳐 먹고 볶아 먹고 수제비 해 먹고...이러려고 했지만

손에 들어오는 감자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방울만한 감자도 아까워서 다 챙겼다.

웃거름도 주고 흙도 더 덮어 주었는데 잘 자라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하기야 여기서는 이유를 모르는 것 투성이니 그냥 내년에는 더 잘 해보자는 마음밖에 가질 수 없다.

나는 똑같이 했는데도 작년에 잘 된 것이 올해는 망한 것도 있고

작년 망했던 것이 올해는 예상외로 잘 되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감자도 심어 수확해 먹고...정말 출세했다. ㅎㅎㅎ

비오는 날 감자수제비와 감자전 해 먹어야겠다.

감자들이 작아서 강판에 갈기에 손이 조금 아프겠지만 그래도 감자전 만한 안주는 없으니까...





그래도 손에 쥐어질 만한 크기의 감자. 올해의 MVP ㅎㅎ





이웃 둥이네가 나눠 준 양파다. 정말 튼실하고 크기도 크다. 부럽부럽~~                                                   

감자 캐면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마름의 딸 점순이가 '나'에게 잘난 척하며 감자를 내밀 때의 기분으로

 '니네는 감자 안 심었지?' 이렇게 잘난 척하며 나눠주려고 했는데 우리 감자 꼬라지가 영...ㅠㅠ



감자를 캐고 난 후 헛헛한 마음을 산딸기로 달랬다.



내가 걱정하며 살펴보던 '금꿩의 다리'가 이번 폭우에 그만 꺾어지고 말았다..ㅠㅠ

이제 막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꽃망울 달린 가지를 잘라 물에 꽂아 두기는 했는데 꽃이 필지 어떨지 모르겠다.

꽃을 보게 되면 진짜진짜 행복할 것 같다.

아침마다 속삭여주고 있다. 꼭 얼굴을 보여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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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ya 2018/06/30 23:53

    감자가 맛있겠어요. 저도 요즘 옥수수와 감자를 많이 먹어요.

    • 제비 2018/07/06 21:30

      옥수수 감자 고구마 ..최애 먹거리지요!!

  2. 설리 2018/07/01 23:02

    금꿩의 다리...이름이 참 귀티나네.
    간청재와 잘 어울려요.
    저도 보고싶네요~~

    • 제비 2018/07/06 21:32

      작년에 피어서 그 자태에 우와~~ 했었지요 ㅎㅎ
      올해도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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