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네 철 가운데 둘째 철. 봄과 가을 사이이며, 낮이 길고 더운 계절로, 달로는 6~8월, 절기(節氣)로는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를 이른다.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여름의 한 가운데 왔다.
온 나라가 더위 때문에 비상이고 뉴스에서는 하루도 더위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이곳 지리산 자락도 한낮에는 따글따글하지만 해 넘어가기 시작하는 대여섯시부터는 선선하다.
새벽 동틀 무렵부터 경운기 소리가 들리고 오후 4시 이후에는 예초기 돌리는 소리도 들린다.
'촌사람들 일하지 않는 시간에 풀 뽑는 인간은 십중팔구 외지것이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봤는데 정말 동감하는 말이다. ㅋㅋㅋ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 요즘같은 날씨에 잔인한 속담이 아닐 수 없다.
텃밭에 대한 사무치는 의무감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 한 번 작업복을 입고 나간다.
그렇게 나가면 온 몸이 땀으로 젖고 또 그렇게 되면 이왕 버린 몸 더 할 일은 없나 찾게 된다...
익스트림 스포츠가 따로 없다. ㅎㅎㅎ
하루 두어시간 정도...3시 이후 나가서 6시 정도에 일을 마친다.
용가리와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딱 완성!! 이런 것이 아니다.
오른쪽 텃밭, 왼쪽 텃밭, 앞마당, 뒷마당 돌아가며 조금씩 하다 보면 다시 처음 시작한 곳은 풀이 나기 시작한다.
그럼 다시 반복...간간이 텃밭의 수확물을 거두기도 하고 울타리 근처나 마당 옆 비탈진 숲(?)에 올라가는 칡덩굴도 제거하기도 한다.
마당과 텃밭의 풀과는 달리 그 바깥 부분은 낫으로 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날은 머리부터 발끝가지 땀이 솟는다.
용가리는 아래 땅 풀을 예초기로 베는데 역시 조금씩 하다 보면 다시 시작한 자리는 무성해진다.
그럼 다시 반복...ㅎㅎㅎ
그렇게 땀에 절어 일을 끝내면 샤워하고 나와 해 넘어가는 툇마루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
인생 뭐 별거 있나...땀 흘리고 맥주 한 잔이면 이렇게 행복한 것을...ㅋㅋ
더위야 그렇다 치고 그래도 가끔 소나기는 뿌려주어야 할텐데 너무 가물어서 걱정이다.
비 내린지 보름이 넘었다. ㅠㅠ
오전과 한낮에는 집안에 있으면서 마루에 누워 책을 읽다가 낮잠을 자기도 하고
크게 움직이지 않고 꼼지락거리는 일을 한다.
얼마 전에는 며칠에 걸쳐 베갯잇을 만들었다.
하나 사려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베개 크기가 맞지 않아 적당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작년 커튼 만들고 남은 삼베 천으로 그냥 확 만들어버리기로 했다.
물론 손바느질로 말이다....
다리미 사용이 좀 힘들어서 그렇지 한땀 한땀 바느질은 한여름에 하기에 꽤 괜찮은 것 같다.
아무리 더워도 다들 제 할일에 열심이다.
풀은 풀 대로 열매는 열매 대로 꽃은 꽃 대로 사람은 사람 대로....
그 가운데 우리도 나름 열심히 여름의 한 가운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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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잇이 너무 예뻐요. 감자와 금꿩의 다리도요. 금꿩의 다리는 정말로 감동이네요. 우리도 부러졌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시 꽃이 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듭니다.
가끔은 그런 믿음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넘나 멋진 베갯잇에 침꼴깍 부추김치,
부러진 나무에서 꽃 피우기..
제비님은 못하는게 없네요.
그럴리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