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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한 숨 돌리기 2018/09/09

by jebi1009 2018. 12. 29.


보름 동안의 여행에서 돌아오니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일단 부서진 대문(?)이었다.

태풍 때문인지 지나가던 행인의 자동차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쫌 그랬다...

한 쪽 문은 멀쩡한데 한 쪽만 그렇게 된 것을 살펴보면, 또 부서진 정도나 그 형태를 보면

단순 바람이 아니라 다른 물리적인 힘이 가해졌을 확률이 높다.

뭐 어쨌든 지금은 용가리가 다시 고쳐서 멀쩡해졌다.






여행 중 강력한 태풍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기는 했으나 막상 돌아와 보니 간청재는 멀쩡했다.

지붕이 날아가지도 않았고 문짝이 날아가지도 않았고...ㅎㅎ

텃밭은 고춧대 몇 개 넘어가고 깻단이 넘어가고 토마토 오이가 마구 뒤엉켜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양호한 편.

의외로 풀이 극성맞게 자라지는 않았다. 역시 밤낮으로 뽑아댄 효과가 있는 것일까? ㅎㅎ

돌아온고 나서 계속 비가 내리고 날이 흐려서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답답했다.

빨래도 그렇고 밭일도 그렇고...

일단 고춧대부터 세우고 고추를 땄는데 날씨가 영 도와주지를 않았다.

건조기 없이 고추를 말리는 일은 무척 어렵다.

어느 정도 마를 때까지는 하루만 해를 보지 못해도 상할 수가 있기 때문에 계속 신경쓰고 살펴야 한다.

이틀 정도 말리고 일일이 잘라서 잘 펴서 널었다.

그래도 날이 궂으니 접힌 부분은 상한 것이 나왔다.

엊그제 날씨가 흐린데도 고추를 널어 놓고 장에 모종 사러 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애가 탔다.

오도재 넘으니 갑자기 비가 오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ㅠㅠ 얼른 모종만 사가지고 돌아오는데 비가 그쳤다 내렸다 한다.

간청재로 돌아오니 비가 살짝 뿌렸는지 아님 아예 내리지 않았는지 그저 흐리기만 하고 땅은 젖지 않았다.

널어 놓은 고추도 살펴보니 괜찮은 듯...휘휴...다행이다...

그렇게 애를 태우며 말리던 고추가 오늘은 오랜만에 해가 반짝 나서 잘 마르고 있다. 음하하하~








일단 급한 고추 따서 널고 토마토랑 오이 정리하고 배추와 무를 심을 밭을 만들었다.

8월 말에는 심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어 마음이 바빴다.

물론 그냥 포기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텃밭을 보면 어떤 의무감(?)같은 것이 생기니 결과야 어찌 되든

일단은 밭을 비워두지는 않게 된다.

밭을 갈고 퇴비를 놓고.....

장날을 기다려 장에 가니 이미 배추모종은 많이 들어가고 없었다.

게다가 조금만 사려고 하니 좋은 모종을 주지도 않는다.

15개 정도 사려고하니까 튼실해 보이는 모종판에서 잘라주지 않고 떨어져 나온 시들한 모종을 가져가란다.

그건 딱 봐도 너무 아니다 싶어 말했더니 다른 모종판에서 잘라주기는 하는데 구탱이 시들한 놈들을 잘라준다.

그러면서 이정도면 괜찮다고 막 그런다.

더 말도 못하고 집에 가져와 심으려고 보니 다 비실비실하고 정상적인 것은 대여섯 개 정도...

줄기에 콩알만한 잎사귀 한 개 붙은 것도 있다.

내가 보기에 벌써 2개는 맛이 갔다...ㅠㅠ

요번 배추는 10개 건지면 다행이다 싶다.

물론 100개 200개 씩 모종판이 되어 있으니 거기서 몇 개 잘라내는 것은 파는 사람 입장에서 좀 곤란할 수 있다.

그래도 내년에는 정말 이상한 애는 꼼꼼히 보고 바꿔달라고 해야겠다.

아무리 조금 사더라도 돈 내고 사는 것인데 말이다.

내년에 잘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이상하게 장에 가면 기가 죽는다. ㅠㅠ

장에서는 무엇이든 조금만 사기가 참 힘들다.

조금만 사려면 사정사정해야 한다.

돈 몇 천원 때문이 아니라 많이 사면 그걸 버리기도 그렇고 심기도 그렇고 하여간 마음이 안 좋다.






이런 배추모종을 주어서 속상했다.ㅠ








어쨌든 배추 심고 무 씨 뿌리고 쪽파도 심고 한냉사도 덮었다.

좀 늦은 감이 있어 무 배추가 어찌 될지 모르겠다. 의무방어전은 치렀으니 결과는 알아서....



맨드라미가 만발이다. 예전에는 이 꽃이 담요 같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해서 별로 안 좋아했는데 마당에 놓고 보니 괜찮다.

게다가 꽃치고는 참으로 튼튼하다.




역시 부추꽃! 꽃이 이쁘기는 한데 꽃씨가 사방으로 날려 부추밭 근처가 부추 정글이 되는 것이 좀 그렇다.




그렇게 여행 뒷정리로 몸과 마음이 바빴는데 오늘은 해도 쨍쨍 나고 마지막 빨래도 다 널어서

간만에 한 숨 돌린다.

가을 햇살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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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벨라줌마 2018/09/10 15:40

    모스크바도 오늘 아침부터 '여름아 안녕~~~~~'을 외치는 것 마냥 기온이 내려 갔어요. 평년에 비해 아주 긴 여름을 잘 보냈기에 가을을 반갑게 맞이 할 수 있어 행복하답니다 ^^
    그나저나 대문을 누가 그리 해놓았을까요..... 놀라고 기분도 상하셨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입니다. 휴가에서 돌아와 부서져 있는 대문의 첫 인사가 그리 유쾌하지는 않으셨을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제 농사꾼의 프로패셔널한 자태와 척척 해결방안 찾아 손보시는 으뜸 일꾼의 계획안이 사진으로도 마구마구 전해지는데요? 아름다우셔요 밀집모자에 쭈구려 앉아 일하시는 폼새요!!!!!!!!!!!!!!!!!!!!!!!!!!!!!!!!! ㅎㅎㅎ ^^

    • 제비 2018/09/13 11:58

      이번 농사는 망쳤으니 그냥 맘을 비우자...아무리 다짐해도 자꾸 들여다 보고 애타는 것이 무언가를 심는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배추 때문에 편치 않은 이 마음....ㅠㅠ

  2. 설리 2018/09/10 23:18

    묵묵히 앉은 자리 지킨 간청재가 믿음직~합니다.
    널린 고추와 한냉사 덮힌 텃밭을 보니
    훨훨 불타던 여름이 꿈 같습니다.
    보고싶네요~~~

    • 제비 2018/09/13 11:55

      맴이 야물어지면 언능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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