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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눈물차와 계란 후라이

by jebi1009 2019. 1. 4.

작년 세밑 옆 골짜기 스님 암자에 놀러 갔다가 '눈물차'라는 것을 마셨다.

아주 귀엽고 앙증맞은 다기를 보았는데 나는 그것이 장식용 미니어처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다기는 장식용이 아니라 실제 차를 마시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었다.

소꼽장난같이 귀여운 것이 또 어찌나 세심하게 만들어졌는지....



요것은 밑에 초를 넣어서 열기를 가하며 마실 때 사용하는 것이라 하셨다.





크기가 이렇게 앙증맞은데 매화 문양을 세심하게 그려 넣었다.




일반 찻잔과 함께 올려 놓으니 정말 귀엽다.


먼저 스님의 황차를 마시고 마지막으로 눈물차를 마셨다.

눈물차는 우전 중에서도 아주 여린 잎을 아홉번 덖어서 만든 것을 사용하고 찬물에 우린다고 하셨다.

한 잔에 다섯 방울을 떨어뜨려 마시는데, 입 안에서 굴리고 머금고 있다가 삼키면 그 향이 아주 오래 간다고 하셨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 차를 마시면 차 향이 오래 남아 좋다고....

요즘 유행한다는 눈물차는 눈물 방울처럼 똑똑 떨어뜨려 마신다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은데 더치커피가 연상된다.

찬물로 장시간 한 방울 씩 추출하는 더치커피(콜드브루)를 흔히 커피의 눈물이라 하기 때문이다.






스님께서 내어 주신 곶감이 엄청 거대해 보인다. ㅎㅎㅎ


눈물차는 다른 차와는 달리 보통 처음 우린 차만 마시고 그 찻잎을 다시 우리지 않는다 하셨다.

처음 눈물차를 맛보니 향이 엄청 진하고 단 맛이 확 돌았다.

스님 말씀대로 입안에서 여러번 굴리고 머금다가 넘겼다.

맛을 비교하기 위해 일부러 두 번째 찻잎을 우렸는데 과연 두 번째 우린 차는 단 맛보다는 쓴 맛이 올라왔다.

그래서 아깝지만 귀한 차를 한 번만 우려내나보다....


눈물차는 덖음차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로 발효차를 즐기시는 스님은 차를 덖기 위한 무쇠솥까지 장만하셨다.

차 맛에 엄청 반하셨나보다...ㅎㅎ


집에 돌아와 저녁때가 되자 무엇으로 한 끼 때우나....

그때 용가리가 계란 후라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몇개?

많이

그래? 그럼 열 개 먹을까?

좋아


그래서 계란 후라이 열 개를 하기로 했다.

각자 취향껏 다섯 개 씩!

용가리가 먼저 다섯 개를 만들고 뒤 이어 내가 다섯 개를 만들었다.

sunny side up부터 over easy, medium,hard egg까지...

그런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은 노른자를 터뜨려서 앞 뒤로 반 쯤 익힌 것이다.

용가리는 그때그때 먹고 싶은 스타일이 다른데 결론은 다 좋다, 즉 '계란 후라이는 어떻게 익혀도 다 맛있다' 였다.



옛날에 누가 계란에 독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바보 된다고 그랬었는데..

내 기억에 하루에 7개 먹으면 바보 된다고 그랬던것 같은데....

다행이다. 우리는 다섯 개 씩 먹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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