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도 이순신 장군이 꽉 잡고 있는 곳이다. 진도나 통영처럼 말이다.
이순신대교, 이순신광장, 이순신햄버거, 이순신바게트, 이순신식빵, 이순신막걸리, 이순신상회, 이순신김밥....
살아서는 왜구를 막느라 애쓰시고 돌아가셔서도 후손들 먹여 살리시느라 힘드신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여수 수산시장에 들러 서대와 도미 말린 것을 샀다.
양 손 가득 생선을 사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집 냉동실에서 한 동안 소중한 음식? 안주?가 될 것들이다...
수산시장을 나오다 보니 귀한 백합조개가 있었다.
집에 가서 뽀얀 국물로 어젯밤 통음대쾌에 대한 해장을 하면 그만이었다.
백합조개와 가리비를 샀다.
여수 마트에서 장도 봤다.
지리산 살면서 나들이를 가게 되면 사정이 되는 한 큰 마트에 가서 장을 봐 온다.
백합조개 국물은 모시조개나 바지락, 홍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토종 홍가리비는 달고 싱싱했다.
집에 돌아와 몸은 피곤했지만 청소도 하고 백합탕과 가리비를 쪄서 마무리 건배를 날렸다.
그날 밤 우리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특히 딸아이는 밤새 토사곽란에 시달렸다.
나도 속이 좋지 않고 몸살기운에 열이 조금 났다.
다음날 고생한 딸아이를 데리고 보건소에 다녀왔다.
딸아이는 보건소 다녀오고 약 먹고 쉬면서 조금 나아지는 듯 했으나 낮부터는 내가 본격적으로 힘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나절부터는 용가리가 난리였다.
지금은 모두들 진정이 되었으나 딸아이는 아직도 좀 그렇다. 제일 젊은 것이...쯧쯧...
그런데 다들 이 사태에 대해 입장(?)이 조금씩 달랐다.
딸아이는 힘들고 집이 추워서(3일 간 비워 놓은 집은 금방 따뜻해지지 않는다) 체한 것이라 했고
나는 위염(나는 위염이나 경련이 있을 때가 있는데 그 증세와 똑같았기 때문)인 것이라 했고
용가리는 바이러스성 장염 같다고 했다.
의심되는 바이러스는 노로바이러스?
다들 해산물을 잘못 먹어서 그리 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도 만족하게 먹었고, 돌아와 먹은 백합탕이나 가리비찜도 싱싱했고 게다가 익혀서 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수 여행이 너무도 좋았기 때문에 혹여 그 시간에 흠집이 날까봐 다들 자신들의 몸 상태가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말했다. ㅎㅎㅎ
이성을 갖고 생각하면 세 명 모두 시간차를 두고 탈이 난 것은 함께 먹은 음식 때문이란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뭐가 문제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주범으로 찍히기 쉬운 해산물을 먹었으므로...ㅋㅋ
여운이 길게 남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