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사막에서 날아온 엽서 한 장 |
메마른 글씨들만 흩날리고 |
어린 낙타를 타고 새벽길을 떠나 |
그대 모래 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
창의 커텐을 열고 잠시 묵상 중이예요 |
여긴 너무 멀고 먼 샹그릴라 |
치즈와 차와 술과 노래 소리들 |
더 이상 외로운 여인들은 없죠 |
어느날 여행자들이 찾아와 |
구슬픈 바닷 새들의 노래를... |
사막이 끝나는 높은 모래 언덕, 멀리 |
황홀한 설산들이 손짓해도 |
부디 그 산을 넘지 마, 넘진 마세요 |
그 너머에도 바다는 없죠 |
어느 밤, 차가운 별들의 시내를 건너시면 |
그 푸른 빛을 여기 띄워주시고 |
행여 별빛 따라가다 바달 만나도, 부디 |
거길 건너지는 마세요 |
또 어느날 여행자들이 몰려와 |
또 다른 세계의 달빛 노래를... |
그대의 샹그릴라는, 음 어디 |
지상에서 누구도 본 적 없고 |
세상 끝 바닷가 작은 모래톱 만나면 |
거기 누워 길고 긴 꿈을 꾸세요 |
여기 다시 돌아오시지는 마세요 |
꿈꾸는 그대, 그리운 여행자 꿈꾸는 그대, 그리운 여행자 꿈꾸는 그대, 그리운 여행자 -정태춘, 박은옥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에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 전주에 갔다.
혹 모르겠다....전주에 지나칠 일은 있었을지도....
그러나 목적지가 전주인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에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전주 공연을 예매했었다.
전북대학교에 있는 홀이었기에 대학가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캠퍼스 내에 있는 멋진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공연을 본다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한다. 참 소중한 느낌이다.
정태춘, 박은옥....그냥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반가웠고 안심이 되었다.
서로 존중해 주는 모습이 좋았고 그 마음 씀씀이가 위로가 되었다.
어렴풋이나마 그들의 마음과 삶의 한 자락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확실히 나쁘지 않다.
박은옥의 오르골연주와 '서해에서'로 시작된 무대...
바로 다음 곡 박은옥의 1집에 있는 '회상'을 들으며 나는 바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참 의외였다.
전에도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에서 펑펑 운 적이 있어서 음식점에서 저녁 먹으며 냅킨을 좀 챙겼지만
왜 '회상'에서 눈물이 났을까?
뒤에 이어지는 다른 노래들....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5.18)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말이다.
'잊기 위해서'에 저항하고자 '잊지 않기 위해서(5.18)'를 만들었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분수대에서 물이 나오고 있는 걸 봤는데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어떻게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벌써 그럴 수 있습니까.
어쩔 수 없이 한강의 소설[소년이 온다] '은숙'의 전화 속 목소리가 들렸다.
음....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앵콜곡을 부를 때는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해서 앵콜곡 때 찍은 것이다.
'퀸에게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다면 정태춘에게는 정동진3이 있습니다.' 박은옥이 요렇게 소개한 '정동진3'도 좋았다.
8분이 넘는다는 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에 필적할 만한 노래라고....ㅎㅎ
정동진에 파도 치고 거기 무지개를 향해
낚시를 던지는 사내 하나 나는 봤지
그 투명하고 가느다란 낚싯줄에 매달려
허공을 날아가는 새우, 나는 봤지
아니, 납덩어리에 풍덩,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것도,
또, 그 사내 장화 발치에 죽은 생선들이 담긴
일제 아이스박스도 나는 봤지
동태평양 멕시코 연안 그들의 긴 긴 모래밭,
그 찬 바다에 낚시를 던지고
석양을 바라보며 응숭그리고 섰던
맨발의 추레한 중년 멕시칸 사내와
그 사내 발치의 작은 고무통. 거기, 어린 가오리들의 슬픈 목숨과
그들의 구질구질한 살림살이도 나는
그 바다에서 봤지, 그 바다에서
그렇게, 아직 20세기의 제 3세계 남루한 사내들이서로를마주보며
싸구려 미끼를 던지는 먼 먼 바다 위론 태양 빛,
한 태양 빛 아래 동과 서로 날짜를 바꾸는 일자변경선이 지나가고
그 보이지 않는 선 위로 또
파도보다 조밀한 해도를 따라
거대한 상선들과 구축함대가 지나가고.
뭍에 없는 희망을 파도 속에서 찾으려는가
아, 바하 캘리포니아 아, 정동진
..........
공연을 보고 집으로 오니 12가 다 되었다.
감기와 피로감 때문에 몸이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그냥 잘 수는 없었다.
새우깡 한 봉지와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시고 잤다.
그리고 나는 엄청나게 많은 꿈을 꾸면서 밤 새 헤매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