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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상반기 텃밭

by jebi1009 2019. 4. 24.

올 상반기 텃밭이 거의 완료되었다.

5월 말 대파를 심으면 심을 것들은 다 심은 것 같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것들을 심기 위해 밭을 만들거나 심은 것들을 계속 보살피는 일, 그리고 수확해서 저장하는 일들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별 방법이 없으니 결과는 장담하지 못한다.

매번 모종을 심거나 씨를 뿌릴 때면 너무 애태우지 말고 종종거리지 말자....다짐하지만

막상 심어 놓고 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을 계속 애태우며 바라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매번 보는 것이지만 신기하고 경이로운 마음은 없어지지 않는다.

작은 씨앗이 그 딱딱한 땅을 뚫고 올라오는 광경은 참으로 대단하다. 경건한 마음까지 들 정도다.








고추와 피망


오이


토마토


땅콩


감자. 3월에 심은 감자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딱딱한 땅을 가르면서 올라오는 저 힘!


윗땅 입구, 마당이 아닌 험지에 심은 호박.







줄 맞춰 심은 모종들은 참으로 귀엽고 앙증맞고 예쁘다....

고추와 토마토 오이는 지지대를 만들고 잎채소들은 솎아주는 일이 남았다.

모종을 심고 나면 항상 밤에 걱정이 되어 아침이 되자마자 나가서 살펴보게 된다.

바로 고라니의 습격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간밤에 습격은 없었던 것 같다.

첫해 고라니의 습격으로 땅콩 모종이 모조리 없어졌고 괜찮던 상추 잎까지 모두 먹어 치우는 일이 있고난 후부터 마음을 졸이게 된다.

고라니와 벌레들의 습격에서 보호하려고 한냉사를 쳤고 땅콩은 줄을 쳐 주었다.

이제 심은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기도하면서 풀도 열심히 뽑아주고 매일 들여다 보며 살펴주는 일만 남았다.




지난번 내가 훌륭한 호미를 장만한 것에 이어 용가리는 맘에 드는 괭이를 장만했다.

내가 호미를 산 집에서 산 것인데 국산 괭이다.

아랫땅에 억새가 엄청나게 번져서 정리하려는데 그 뿌리가 대단해서 캐내기가 쉽지 않다.

삽과 삼지창으로 하루종일 캐내도 손바닥 두어뼘 만큼밖에 할 수가 없다.

주인 할아버지에게 억새 뿌리 캐내는데 적당한 연장을 추천 받으니 국산 괭이가 좋다 하셨다.

물론 중국산에 비해 가격은 두 배가 넘는다.

튼튼하게 자루를 달고 괭이 날도 갈아 주셨다.

자루가 썪지 않는 한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 장담하셨다.

옆에 놀러온 할아버지 친구분은 '다른 데 가면 만 원이면 사는데 뭐하러 여기서 사? ㅎㅎ'

이러시면서 놀리셨다.

우리가 여기 농기구가 좋다고, 국산 농기구 좋은거 써 보니 알겠다며 말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길거리에 있는 농기구점들이 내 놓는 중국 것들은 못쓴다며 이제 국산도 호미, 낫, 괭이 정도만 나온다고 하셨다.

사람들은 가격이 절반이라서 중국산을 많이 산다고 했다.

그런데 잘 모르는 우리가 봐도 국산이 훨씬 때깔 좋고 믿음직스럽게 생겼다.

새로 산 괭이와 함께 치루어야 할 용가리의 전투를 응원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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