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좀 내리면 좋으련만 몇 주째 비는 내리지 않고 송화가루만 풀풀 날리고 있다.
모종 심을 때 비가 충분히 내려 자리 잡는 것에 별 걱정 안 했었는데 요즘은 오후에 계속 물을 주고 있다.
벌써 고추 4개 정도가 상태가 안 좋다.
일찍부터 물을 줄 것을....비가 오겠지 하면서 별 신경 안 쓰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닳은 것 같다.
작년에도 봄가뭄이 지독해서 난리도 아니었었는데... 이 맘때 적당히 비가 내려주는 날을 기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텃밭을 할 때마다 먹을 수 있으면 기쁨이고 아니면 말지....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데 막상 무엇인가 심어 놓으면 그게 안 된다.
텃밭의 모든 작물을 다 먹을 수도 없고 또 어디다 내다 팔 것도 아니지만 모두 다 살아서 잘 되면 그렇게 기분이 뿌듯할 수가 없고
씨앗이 발아가 되지 않는다던가 모종이 죽는다던가 하면 또 그렇게 애가 탈 수가 없다.
용가리는 항상 '일희일비'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하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텃밭을 보며 일희일비한다.
마른 땅에서도 악착같이 올라오는 풀을 정리하면서, 모종 하나하나에 물을 주면서 잘 살아 남으라고 중얼거리다 보면 내가 살짝 맛이 간 것 같기도...ㅋㅋ
그러다가 모종 상태에서 크지도 않은 토마토에 글쎄 토마토가 떡 하니 달린 것이다!!!
난 그것을 보자마자 아이고 어쩌면 좋으니...하면서 안타깝기만 했다.
몸이 다 크지도 않았는데 토마토를 달고 있으면 힘들어서 어쩌니....ㅠㅠ
옆에 있는 고추도 어떤 한 놈이 벌써 꽃을 달았다. 몸도 비실비실한 것이....
뿌리도 튼튼하게 내리고 몸도 키우고 잎도 키워서 꽃도 달고 열매도 달면 좋을 것을 뭐가 그리 급하다고 보는 사람 애처롭게 하는지 모르겠다.
반대로 고추나 토마토 입장에서는 나를 보고 속 모르는 소리 한다고 답답해 할지도....ㅎㅎ
도라지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쇠뜨기가 무서운 속도로 치고올라와 점령해 버렸다.
쇠뜨기를 정리하고 나니 도라지들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더덕을 심은 곳에서도 반갑게 더덕이 올라왔으나 역시 그 꼴을 못 보고 사방에서 풀들이 아우성이다.
풀을 정리하니 때깔 좋은 더덕들이 보인다.
화사한 꽃밭이 되기를 기대하며 꽃씨를 마구 뿌리지만 그곳에 잡초만 무성해질 때면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그 잡초 더미에서 한 놈이 꽃을 피워 다음 해에도 또 꽃씨를 뿌리게 만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냥 무심한 마음으로 씨를 뿌리면 그것이 기쁨이 되지만 잔뜩 기대를 갖고 시작하면 망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왜 무심한 마음이 되지 못할까...??ㅠㅠ
오늘도 반성하고 다짐하고, 쇠뜨기에게 욕도 하고 고추 토마토에게 신세한탄하면서 호미를 움직인다.
수레국화와 불두화가 피었다.
이제 작약도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계절이 지나면서 볼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이다.
마당에는 꽃들도 만발이니 물봉선과 자운영으로 집 안에도 작은 기쁨을 들여 놓았다.
물봉선 잎사귀 하나는 자수 실이 모자라서 에라 모르겠다 비슷한 것으로 때웠더니 영 색이 많이 차이 난다...ㅠㅠ 아쉽아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