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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고라니의 폭주

by jebi1009 2019. 6. 23.

참담한 심정이다. ㅠㅠ

드디어 고라니가 고추도 먹기 시작했다.

연잎을 필두로 청경채 등등의 각종 잎채소를 섭렵하더니 다음 해는 땅콩 모종을 한 판 다 먹어 치우고

독이 있어 잘 안 건드린다는 상추도 남김 없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간청재 첫해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한 두 해 날이 갈수록 고라니의 먹성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고라니가 건드리지 않는 것은 파, 부추, 토마토 뿐이다.

이제 곧 파도 다 먹어치울지도 모른다.

토마토와 고추는 정말 심어 놓으면 그런대로 잘 자라서 걱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고추를 건드릴 줄이야!

이제 고추가 막 달려서 제법 크기 시작했는데 똑똑 잘라 먹은 고추 가지들을 보니 울화가 치민다.

나쁜 시키...고라니 시키...

이제 방심은 금물이다.






위로 옆으로 뻗어가는 고추들을 가지치기 한 것처럼 같은 높이로 다 잘라 먹었다. 고추가 계속 잘 자랄 수 있을지...ㅠㅠ


두 해 전 땅콩 모종을 잃고 난 후 계속 줄을 치면서 '이제는 안 오겠지...그때는 철 없는 고라니라서 그랬을거야...'

하면서 줄을 치고 싶지 않았으나 줄 치기를 천만 번 잘 했다.

작년 상추가 올라오기 시작할 때 어린 잎들을 먹어치워 한냉사를 씌웠었는데

다 자란 상추는 안 건드릴 것 같아서 한냉사를 벗겼었다. 그러다 왕창 당했던 것이다.

시골에서는 처치 곤란인 상추를 맘껏 먹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줄이야....

사실 줄을 치거나 한냉사를 씌우면 풀을 뽑아주거나 상추를 뜯거나 할 때 구찮고 불편해서 안 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철처하게 고라니와 경쟁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고추 주변으로 땅콩에 이어 줄을 쳤는데 폭주하는 고라니를 차단시켜 줄 지 잘 모르겠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만 노리는 새, 채소들이 자랄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잎을 갉아 먹는 각종 벌레들.

그리고 한 밤에 나타나 마구 폭주하며 텃밭을 휘젓고 다니며 다 먹어치우는 고라니.

이제 새, 벌레, 고라니와의 싸움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전투 의지를 불태워도 멀리서 나를 비웃고 있는 고라니의 모습이 자꾸 상상되는 것은 왜지? ㅠㅠ


하나님, 간절히 기도합니다.

제발 고라니가 고기를 좋아하게 해 주세요...풀 말고 고기 좋아하는 입맛으로 바꿔 주세요...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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