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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휴가

by jebi1009 2020. 8. 18.

어찌 보면 매일매일을 휴가처럼 보내고 있는 형편에 휴가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아주 약간이라도 벗어나고픈 마음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휴가는 필요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다른 지역의 공기를 쐬고 바깥 잠을 자는 것. 요런 정도가 내가 말하는 '휴가'라고나 할까?

작년에는 서울에서 호캉스를 했었지만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 정국으로 그야말로 다른 곳의 공기를 쐬고 바깥 잠을 자기 힘들어졌다.

 

폭우를 뚫고 내려온 딸아이와 가까운 남해에 다녀왔다.

갑작스럽게 다녀오자 결정한 것이어서 코로나 정국이기는 하지만 휴가철 정점에 숙소는 예약하기 어려웠고 가 봐서 잘 수 있으면 자고, 아님 그냥 오는 것으로.... 일단 출발!

남해 여행의 목표는 장어구이를 먹는 것. 간청재 이사 온 후 장어구이를 먹지 못했다.

장어를 엄청 좋아하거나 막 먹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을 형편이 되지 못하니 한 번쯤 먹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장어야 읍내 식당에서도 팔지만 우리의 형편상 장어를 먹으면 술을 먹어야 하고 그러면 집으로 돌아올 수 없으니 숙박이 되는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몽돌해안가. 파도가 왔다가 나가면 와글와글 소리가 들린다. 정말 와글와글 와글와글.....
편백나무 숲과 계곡

 

남해에는 호텔보다는 펜션 위주의 숙박시설이 대부분이었다.

막상 도착해서 적당한 펜션에 전화해 보니 남는 방이 있어서 하룻밤 자고 올 수 있었다.

식당에서 밥 먹고 한 잔 하고 2차 맥주 마시고 바깥 잠 자고 돌아오는 일정.

남해의 대부분 식당은 멸치쌈밥과 장어구이를 함께 하고 있었다.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음식점이 있어 그곳에 가려고 했으나 숙소 사장님이 그곳은 맛이 없다며 조금 떨어진 곳을 추천했다.

택시 이동을 물어보자 약주하시려고 그러냐며 사모님이 운전 못하시냐고....

그러자 딸아이가 사모님도 약주를 좋아하신다고...ㅎㅎ

그럼 따님은? 하니까 따님도 약주 좋아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한다.

숙소 사장님은 웃으시며 그럼 식당까지 데려다 주고 올 때는 식당 주인장에게 말하면 된다고 하셨다.

아이고... 이런 고마울 데가...

연신 고맙다고 말하자 아니 숙박비를 결재해 주셨는데 뭐가 그렇게 고마우냐고...ㅋ

아저씨 쿨하시다!

멸치회무침과 멸치조림도 맛있었고 돌판에 나오는 장어구이는 민물장어보다 담백했다.

남해 장어구이는 바닷장어, 즉 붕장어구이다. 가격은 민물장어보다 훨씬 저렴하다.

돌아오는 길에 수제 맥주집에 가서 맥주도 기분 좋게 마셨으니 목표는 달성했다. ㅎㅎㅎ

 

남해 도착해서 땀도 식힐 겸 들어간 카페에서 숙소 알아보며 간단하게.... 용가리는 운전 때문에 망고주스
멸치쌈밥과 장어구이 먹고 2차 입가심 맥주^^

 

오전에 느긋하게 일어나 바다 보며 커피 마실 수 있어서 좋았음

 

우연히 지나가다 빨간 색 뽀족 지붕이 눈에 띄어 들어간 카페.  한 여름 크리스마스 기분이 물씬 나고 귀여운 소품들이 있었던 곳. 날이 더우니 시원한 곳에 자꾸 들어가게 된다. ㅋ
얼그레이와 초코 중에 고민하다가 두 개 사왔다.

 

하룻밤 바깥 잠을 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휴가 기분은 낼 수 있었다.

바닷가는 확실히 구름도 다르고 풍경이 만들어내는 빛깔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다.

게다가 남해에는 이국적인 카페나 펍들도 많아서 산골에 사는 사람으로서 분위기 전환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남해 전통시장에서 도미회를 떠 와 마지막 마무리는 산골 간청재에서....

 

#공포스럽게 비를 퍼붓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다.

며칠 전 폭우가 있었다는 것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이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하루 바깥 잠을 자고 온 다음날부터 말도 안 되는 거지 같은 상황으로 나라 전체가 또 출렁이고 있다.

화가 난다. 모두들 힘들게 참고 애쓰고 있는데... 

분탕질하고 해코지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고 뒤치다꺼리하느라 헐떡거리는 사람들 따로 있는 것이 더 화가 난다.

분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시치미 떼고 모른척하는 것이 더더욱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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