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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Merry Christmas!!

by jebi1009 2020. 12. 25.

딸아이가 내려왔으니 크리스마스를 그냥 보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읍내 파리바게트 케잌에서 벗어나고자 진주 시내로 진출하여 나름 핫한 케잌집을 검색해서 케잌과 쿠키를 샀다.

마트에서 장도 보고 돌아오는 길에 회도 떠왔다.

요 며칠 우울하고 화나는 소식들로 멘탈이 나가기 직전이었는데 그나마 딸아이가 활기를 불어넣어주니 산골 사는 두 노인네(?) 기분전환이 된다.

어제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머리맡에 양말 놔두고 잠들던 그날이다.

종합선물세트 과자를 받고 맛있는 초코바만 골라 먹던 그런 날.

나이 먹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 머리맡에 몰래 선물을 갖다 놓던 날이다.

 

딸아이도 나이를 먹은지라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자고는 안 한다. 귀찮으니까...ㅋ

대신 텔레비전 화면에 크리스마스 장식 화면을 띄우고 귀여운 케잌 촛불로 대신했다.

오랜만에 비싼 한우 안심을 구워 먹었다.

와인잔을 들어 건배하면서 용가리와 나는 '이 더러운 세상'을 외쳤다.

그리고 또 건배하면서 '너는 개돼지같이 살면 안 된다'고 딸아이에게 건배사(?)를 했다.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이다.

아리까리하던 것이 확 정리가 된 느낌이랄까....

설마 그러겠어? 설마... 이러면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다가 이제는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일말의 기대를 갖고 지켜 보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힘들어 죽을 뻔했다.

무슨 합격통지나 병원의 조직검사 결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매번 줄줄이 그렇게 신경이 쓰였었다.

번아웃되기 직전 딸아이 덕분에 회도 먹고 한우도 먹고 기운을 좀 차렸다.

 

검사와 판사는 그냥 한 몸이었다.

우리가 브라질보다 좀 낫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브라질은 검사가 판결까지 하지만 우리는 이름만 다를 뿐 그냥 같은 조직이었다.

그리고... 브라질 국민보다 우리가 좀 낫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깨어 있는 시민 30, 태극기부대 30, *** 40.

저 40에 들어가는 말이 있는데 써 놓고 보니 좀 심한 것 같아 살짝 가렸다.

불의는 참지만 불이익은 못 참는...

집도 없는 사람이 종부세 폭탄 때린다고 정부 욕하던... 뭐 대충 그런 부류들...

독립과 자유를 외치는 집단들이 어쩜 그리 하나같이 정치적이고 집단권력에 충성하는지...

검찰의 독립? 사법권의 독립? 언론의 자유? 우리 집 찾아오는 띵띵이가 다 웃겠다.

이 쿠데타가 성공하면 우리도 보우소나르 같은 대통령을 갖게 되겠지.

지금부터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데 일단 메리 크리스마스다.

잠시 맛있는 것 먹고 즐겁게 지내야겠다. 이성적으로 따지지 말고 그냥 행복한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 잘 될지 모르지만..^^';;

 

오늘 아침 눈 떠보니 살짝 눈이 덮였다.

첫눈인가?

얼마 전 봉암사 스님과 통화했을 때 나눈 첫눈 이야기.

'첫눈은 내렸나?

얼마 전에 살짝 날리기는 했어요

발목이 푹 빠질 정도로 내려야 첫눈이지'

 

아직 첫눈은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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