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재 이사 오고 6년, 이곳에 처음 발을 딛고 다녀가기 시작한 지 10년 이상 되었지만 이제서야 호두나무를 발견하였다.
10여 년 전 터를 장만하고 땅 가장자리로 나무를 꽤 많이 심었지만,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집 짓는 공사도 진행하면서 살아남은 나무가 몇 되지 않았다.
매화나무, 가죽나무, 고욤나무, 개복숭아나무, 엄나무, 산초나무, 구지뽕나무..정도?
지금도 무슨 나무인지 모르는 나무들이 좀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용가리가 예초기를 돌리고 오더니 고사리밭 입구에 있는 나무가 아무래도 호두나무 같다는 것이다.
마을에 호두나무가 많아 호두나무를 보고 다닌 지 6년쯤 되니,
호두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1도 모르던 용가리도 호두나무를 알아보게 되었나 보다.
2년 전 우리가 심었던 호두나무를 찾아가 비교해 보고 확인까지 했단다.
매년 고사리 꺾으러 다녔던 곳인데 호두나무가 있었다고?
올라가 보니 정말 멀쩡한 호두나무가 있었다.
항상 보던 나무인데 정녕코 호두나무라고 생각도 못했었다.
나무 주변에 호두가 마구 떨어져 있었다.
올려다보니 달려 있는 호두도 있었지만 굵은 알들이 떨어진 것을 보니 아까워라...ㅠㅠㅠㅠ
호두가 올해 처음 열린 것일까?
5월 고사리를 잠깐 꺾고는 풀이 난리도 아니어서 그 후로는 올라가지 않으니 호두가 열렸는지 떨어졌는지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호두나무는 10여 년 동안 그곳에 항상 있었지만 우리는 지금에서야 호두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횡재를 한 기분이고 어찌나 뿌듯한지.... 부자가 된 기분이다. ㅎㅎㅎ
장마가 시작되어 며칠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어젯밤 폭우가 쏟아지고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바깥일을 쉬고 집 안에서 뒹굴거리는 기간이다.
빗소리와 함께 풀이 자라는 소리도 들리는 것만 같다. 쑥쑥 쑤~~ 욱 쑥쑥 ㅠㅠ
어제는 명란젓, 호박, 두부 넣고 간단하게 맑은 찌개 끓여 빗소리 들으며 소주 한 잔 했다.
예전에는 비 오면 짬뽕 국물에 소주 먹는 거 좋아했었는데....
그런 날은 음악 빵빵하게 틀고 괜히 울컥하기도 한다.
** 지난주 가래떡 뽑아놓기를 잘했다.
장마도 시작되고 감자도 폭망했으니 두고 먹을 양식을 장만했다.
가래떡은 냉동실에 떨어지지 않게 비축해 두는 편이다.
구워 먹고 삶아도 먹고 떡볶이도 해 먹고...
훌륭한 가래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