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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부지런함의 극치

by jebi1009 2021. 7. 23.

'개미처럼 일한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다.

보통 개미가 열심의 대명사로 많이 쓰이지만 '벌'도 만만치 않다. 

그러고 보니 '벌처럼 일한다'도 많이 쓰나?

물론 개미도 부지런히 열심히 일하겠지만 하루하루 눈앞에 보이는 벌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119가 출동하여 처음 말벌집을 제거하고 난 후 세 번째 말벌집이 또 완성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쉼 없이 집이 계속 지어지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몇 년 전 같은 자리에 말벌집이 있어 역시 119의 도움으로 제거한 후 다시 생기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단시간에 만들어지지는 않았었다.

제거한 후 1주일 만에 더 큰 말벌집이 생겼다.

 

 

119가 다시 출동.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른 팀이 왔다.

말벌집을 제거한 후 그 자리에 벌이 다시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농약을 발라 놓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에프킬라 같은 뿌리는 살충제는 휘발되어서 소용이 없고 가루로 된 농약을 물에 개어서 발라 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벌들이 농약이 있는 곳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농약이 있냐고 물었다. 

하.... 농약이라... 창고를 뒤져 조금 남아 있는 지네 퇴치용 살충제 통을 찾았다.

긴 막대와 목장갑이나 헝겊을 찾으시기에 가져다 드렸더니 막대 끝에 장갑을 돌돌 말아 붙였다.

조금 남은 살충제 가루에 물을 섞어 벌집 자리에 발랐다.

 

벌집 제거 후 살충제 섞은 물을 발랐다.

 

이번에는 살충제도 발라 놓았으니 괜찮겠다 싶었는데

우왕좌왕하는 벌들이 떠나지를 않더니 다시 합심하여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ㅠㅠㅠㅠ

 

불과 2,3일 사이에 이만큼이나 지었다.

살충제도 조금이었고 용가리가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가?(119 대원이 되직하게 개어야 하는데 너무 묽다고 했었다)

이번에는 속도도 더 빠르다.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119가 철수한 뒤 장에 가서 농약 사다가 더 바르고 싶었지만 벌들이 달라붙어서 틈을 내주지 않았다.

방호복이 없는 상태에서 긴 막대로 덤볐다가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2,3일 지나자 집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문 바로 위 지붕이라 오며 가며 벌들의 웅웅 거림이 무섭기도 하다.

우리가 공격하지 않으면 벌들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며칠 내로 집이 또 완성되면 세 번째 119 출동이 있을 것인가....ㅠㅠ

이런 일도 자꾸 겪다 보면 '어 말벌집 생겼네..' 하고는 쿨하게 처리할 날이 오겠지... 쩝...

이렇게 벌집과 함께 여름을 보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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