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엄마의 생신이 있다.
설날과 가까이 있을 때가 많아서 설날 찾아뵐 때 생신도 함께 퉁치고 내려왔다.
이번에는 언니가 갑자기 효심 바람이 불어서 엄마 생신 때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내심 가고 싶지는 않았으나 아주 오랜만에 언니가 제안하는 것이어서 다녀왔다.
내가 사는 곳을 고려해서 부산으로 결정되었다.
언니 오빠 나 이렇게 셋은 다들 알고 있다.
우리는 밥 한 끼 먹는 정도만, 두 시간 이내의 만남에서만 화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야만 웃으며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ㅎㅎㅎ
하룻밤을 모여 함께 하는 것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이어서 감행했다.
배우자와 자녀들은 제외한 4명의 여행이다.
떠나기 전 용가리와 딸아이는 나에게 건투를 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살짝 위험한 순간들이 몇 번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엄마는 아빠와 연애할 때 와 보고는 부산이 처음이라 하셨다. 정말?
그러니 달라진 부산의 모습, 특히 해운대 근처의 모습에 많이 놀라셨다. 그 높은 빌딩과 아파트...
엄마를 위해 언니는 요트 투어와 해변 열차도 예약해 놓았다.
엉겁결에 요트도 타고 해변 열차도 탔다. 내 평생 이용할 것 같지 않았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다.ㅎㅎ
어쨌든 다녀왔다. 휘휴~~
강원도 양양으로 귀촌한 선배 부부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수에서 한 달 살이 하고 있는데 놀러 오라는 것이다.
여수는 양양에 비하면 가까운 곳이니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콜!!
한 달 살이라 해서 여수 섬마을 바닷가 민박집에서 하는 줄 알았더니 여수 신도시 한복판 레지던스 호텔이다.
여기 스타벅스도 있고 배스킨라빈스도 있어~~ 선배의 말.
산골 살다 보면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에서의 힐링도 필요한 것이다.
산악부 출신 선배 부부는 여수 섬들의 작은 산에 오르고 트래킹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여수 신도시에서 지내면서 도시락 싸서 섬에 다녀오는 것이다.
여수에 머물면서 여러 섬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우리에게도 여자도 트래킹을 함께 하자고 했으나(산도 없고 완만해서 걷기 좋다고) 그냥 차 타고 바다 보는 것이 좋다고^^;;
선배 만나러 가는 길,
느지막이 출발해서 바닷가 까페도 가고 백리 섬섬길도 다시 가 보고 나로도 근처에도 갔다.
돌아오는 길, 진남관에 가고 싶었으나 아직도 공사 중이다.
4년 전에도 공사 중이어서 보지 못했는데 아직도... 찾아보니 10년째 공사 중이다.
올해 말에나 되어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진남관 대신 선배 숙소 근처에 있는 장도를 한 바퀴 둘러봤다.
장도는 신도시와 맞물려 공원으로 잘 꾸며 놓은 섬이다.
바다 한가운데를 다리를 통해 걸어 들어가는데 다리가 물에 잠기는 시간이 있었다.
이런... 근처 까페에서 바다 보며 노닥노닥...
그 까페는 높은 곳에 있어서 장도가 보였는데 길이 열린다는 시간이 다 되어도 가운데 다리는 물에 잠겨 있었다.
정말 시간 되면 물이 다 빠질까? 의심스러웠지만 정말 시간이 되자 물이 빠졌다.
여수에서의 하룻밤은 선배 부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떡 벌어진 회 정식을 먹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공원 같은 느낌으로 꾸며 놓고 탐방로, 산책로, 무슨무슨 길, 무슨무슨 테마 마을.. 이런 것들이 참 많다.
예전에는 이렇게 꾸며 놓은 것들은 질색이었다. 뭐 지금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가끔은 이렇게밖에 못하나..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행을 가면 관광지 느낌이 나는 곳은 가지 않았었다.
논길, 밭길, 억새가 있는 벌판, 드문드문 나타나는 시골집...이런 곳들이 좋았다. 한마디로 낭만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곳들을 보면 노동이 보이고 생활이 보이고 불편함이 보인다.
산과 들과 바다를 보는 것은 여전히 좋지만 '우와~~~'하는 감탄의 결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오늘 아침 창밖을 보니 나뭇가지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우와~~
봄눈이 한 번씩 오기는 하지만 오늘일 줄은 몰랐다.
작년에는 3월에 내렸었는데 말이다.
나뭇가지에 얹힌 눈을 보니 쑥갓 튀김이나 깻잎 튀김이 생각난다. ㅎㅎㅎ
시간이 지나자 무거운 눈이 투두둑 떨어진다.
입 벌리고 눈 구경하고 있는데 문자가 온다.
오늘 택배가 온단다. 마을 입구 보건소에 놓고 가겠다는 택배 아저씨 전화가 온다.
아이구ㅠㅠㅠ
왜 매번 이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