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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나와 타나샤와 흰 당나귀

by jebi1009 2023. 12. 1.

며칠째 날이 춥다.

열흘 넘게 바깥출입이 없다.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고,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햇빛은 쨍하지만 공기는 매서운 날이 반복된다.

지리산 천왕봉에는 하얗게 눈이 쌓였다.

겨울이 느껴지니 백석 시집을 찾게 된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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