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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뜨개질

by jebi1009 2024. 1. 13.

이번 겨울을 뜨개질과 함께 보내고 있다.

옷장 안에서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스웨터 세 개와 조끼 하나를 풀었다.

몇 년 전 간청재 내려와 뜨개질 시작할 때 만들었던 것인데 그때는 예뻐서 떴지만 입기가 불편했다.

소매가 넓어서 외투 안에 입기가 힘들고 스웨터 하나만 입기에는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다.

조끼도 생각보다 실용도가 떨어졌다.

결국 외투 안에 입을 스웨터를 다시 뜨기로 했다.

그런데 실을 다시 풀어 다른 옷을 만들려면 실의 분량이 중요하다.

어설프게 시작하면 실이 부족할 때 오는 낭패감을 겪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먼저 옷보다 작은 크기의 옷을 만들거나 조끼 같은 경우에는 다른 소품을 만들거나...

다른 실을 합쳐서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 비슷한 실의 질감과, 또 어울리는 색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조금씩 남아 있는 실 가운데서 찾아야 하니 말이다...

일단 실을 풀어 뜨거운 김을 쐬고 실뭉치를 만들었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면서 다시 실을 감았다. 

스웨터 풀어내고 주전자 통과해서 실뭉치 만드는데 며칠 걸렸다.

역시 쉬운 일이 없다. ㅠㅠ

 

 

 

스웨터 하나와 심플한 가디건 하나를 떴고 또 하나의 스웨터를 뜨고 있다.

롱스웨터를 짧은 옷으로 다시 떴으니 실이 남았다.

작년 나무님이 떠 주었던 모자를 잘 쓰고 다녀서 겨울용으로 하나 만들고 싶었었다.

인터넷 뒤져 모자 도안을 겨우 찾았는데 내가 원하는 모자 모양으로 만들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

여러 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다시 풀고..... 개미지옥이 따로 없었다.ㅠㅠ

그리하여 두세 개 정도 모양의 모자 도안을 나름 갖게 되었다.

하나 둘 시험적으로 뜨다 보니 그동안 남아 있던 자투리 실들을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모자가 남은 실 이용해서 가볍게 뜨기에 딱 좋았다.

반응도 좋아서 딸아이도 하나 가져갔고 서울 갔을 때 엄마도 탐을 내셔서 지난번 서울 다녀올 때 가져다 드렸다.

연말 이웃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언니도 내가 쓴 모자를 보고 하나 부탁했으니 이번 설에는 모자 들고 상경해야 할 것 같다.

조카도 있고 올케 언니도 있으니 달랑 하나만 들고 갈 수는 없어 두어 개 챙겨 가야겠다.

재료비도 따로 들지 않고 오로지 내 품만 들었으니 시골 사는 내가 선물로 주기에 딱이다.

게다가 다들 좋아하니 뿌듯~~

겨울 지날 동안 만든 것들은 봄에 시작되는 플리마켓에 나가서 팔아도 될 듯..ㅎㅎㅎ

머리 지저분하고 얼굴 꾀죄죄할 때 푹 눌러쓰고 나가기에 좋다.

가방에 쑤셔 넣어 다니기에도 좋고. ^^

 

다양한 실로 모자뜨기는 계속 되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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