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 다녀왔다.
계절이 바뀌는 무렵에는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이다.
바다 내음 맡은 지 오래되었으니 바다도 보고 그림도 볼 수 있는 곳.
아침저녁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루었다는 운림산방 雲林山房.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 선생이 49세(1856년)에 한양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인 진도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저술활동을 하던 곳이다.
1982년 소치의 손자인 남농 허건에 의해 지금과 같이 복원되었다.
경관도 아름답지만 5대에 걸친 화맥畵脈이 참 놀랍고 대단하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허련 선생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인물이고 3대 손자인 남농 선생은 문외한인 내 기억에도 어렴풋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유명세가 한몫한 듯하다.
4,5대 인물들은 이번 그림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남다른 집안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매화를 보고 전시실로 들어가니 역시 매화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밖에 있는 매화나무의 향이 전시실 그림에서 나는 듯....
澹泊自能知我意 담박자능지아의
幽閒元不爲人芳 유한원불위인방
담백은 절로 내 마음을 알고
그윽함은 본디 남에게 뽐내려 함이 아니다.
매화 그림에 있는 글귀도 매화 향이 배어 나온다.
도서이정. 나는 飮酒怡情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