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분류 전체보기834

장에 다녀오는 길 지난주 토요일 장에 다녀왔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맥주와 소주도 사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웬만한 식료품들은 온라인 주문과 택배가 가능하지만 술은 그럴 수 없어서 주기적으로 장에 가야 한다. 출발할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읍내 장에 가는 길은 오도재를 넘어가는 길이 가장 가깝다. 구불거리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비가 결정이 되어서 차창에 부딪힌다.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니 그러려니... 그런데 오도재 가까이 가니 눈발이 날리면서 완전 딴 세상이다. 우리 집에서 계속 내리던 비가 이곳에서는 눈으로 계속 내리고 있었나 보다.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 4륜구동으로 바꾸고 조심조심 오도재 정상을 넘었다. 밑으로 조금 내려오자 눈 기운은 하나도 없고 추적추적 다시 비가 내린다. 읍내에서 장을 보고 이것저.. 2024. 1. 25.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와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 출간한 책이다.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필연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죽음은 필연이다. 하지만 죽음은 미래의 일이다. 지금 경험할 수는 없다. 죽음을 제외한 어떤 것도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에 필연은 없다. 원인 결과 합리성 가능성 위험성 등의 말들로 필연을 찾아내려고 하지만 더 파고들면 '우연'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책에서 보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우연은 '없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것'과 '있기 어려운 것이 있는 경우'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만났을 때 굳이 피하고 싶지 않고 혹은 아름답게 묘사하고 싶은 '우연'과 살면서 절대 .. 2024. 1. 19.
뜨개질 이번 겨울을 뜨개질과 함께 보내고 있다. 옷장 안에서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스웨터 세 개와 조끼 하나를 풀었다. 몇 년 전 간청재 내려와 뜨개질 시작할 때 만들었던 것인데 그때는 예뻐서 떴지만 입기가 불편했다. 소매가 넓어서 외투 안에 입기가 힘들고 스웨터 하나만 입기에는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다. 조끼도 생각보다 실용도가 떨어졌다. 결국 외투 안에 입을 스웨터를 다시 뜨기로 했다. 그런데 실을 다시 풀어 다른 옷을 만들려면 실의 분량이 중요하다. 어설프게 시작하면 실이 부족할 때 오는 낭패감을 겪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먼저 옷보다 작은 크기의 옷을 만들거나 조끼 같은 경우에는 다른 소품을 만들거나... 다른 실을 합쳐서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 비슷한 실의 질감과, 또 어울리는 색감을 만들어.. 2024. 1. 13.
모호성과 자기 검열 해가 바뀌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방황이다. 익숙한 것이 점점 낯설어지고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 익숙해진다. 나이를 먹으면 모든 것이 더 명확해질 줄 알았다. 더 선명해지고 그래서 더 편안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것이 더 모호해진다. 2,30년 전에는 오히려 더 확신이 있었다. 그건 아니지.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가 '그럴 수도 있겠다.'로 바뀌어간다.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데 남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너무도 단순하고 선명한 문제인데 남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지? 왜??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날린 말들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아프게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 2024. 1. 8.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런 죽음을 봐야 할까.. 화가 난다. 살인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화가 난다. 이런 죽음을 얼마나 많이 봐 왔는가... 화가 난다. 아직도 이런 죽음에 무기력하게 대응해야만 하나.. 화가 난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는 사회가 아무렇지도 않다니.. 화가 난다. 얼마나 이렇게 억울하고 안타깝게 살인을 당해야만 하나.. 화가 난다. 시원하게 복수해 줄 사람, 혹은 귀신은 없는 것일까.. 화가 난다. 이렇게 사람을 죽인 이 사회, 이 정권, 이 언론을 용서할 수가 없다. 화가 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화가 난다. 그리고 미안하다. 2023. 12. 29.
크리스마스와 서울의 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딸아이가 다녀갔다. 연말연초 연휴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연휴는 가족과... 나름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ㅎㅎㅎ 크리스마스에는 케잌이 빠질 수 없으니 신경 써서 준비한 케잌. 예년과 다르게 호텔 케잌이었다. 오전에 픽업해서 오느라 바빴다고 생색을 냈다. 시즌 한정, 예약 주문만 받는 딸기 생크림 시그니쳐 케잌이란다.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잌을 좋아하니 한 번은 사 오려고 했는데 갈수록 가격이 올라서 이번에 맘먹고 샀단다. 가격은 정말 사악하지만 맛은 좋았다. ㅋㅋ 딸아이는 내려오기 전부터 크리스마스 연휴에 영화를 함께 보자고 했다. '서울의 봄'을 꼭 같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보고 싶지 않아서 여태껏 보지 않았었다. 천불이 나서 끝까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2023. 12. 26.
또 하나의 달력 또 하나의 달력이 왔다. 평산책방에서 달력을 보냈다. 평산책방 책친구 회원증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감동^^ '실패해 넘어지고 맨땅에 뒹굴어도 나를 사랑하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어도 내 자신을 깊이 사랑하면 언젠가는 길이 보입니다. 그때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나 걸어가면 됩니다. 인생에서 첫 번째 할 일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힘든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조언과 격려가 아니라,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입니다. 남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풀릴 것입니다.' 달력의 첫 장을 넘기니 문대통령이 나에게 말하고 있다. 깊이 공감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힘들 때, 한 동안 나에게도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평산책방 달.. 2023.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