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34 스님의 책상 수경스님의 전화를 받았었다. 차탁이 필요하냐는.... 다시 말하면 찻상을 하나 주려고 하신다는 전화였다. 무엇을 주신다는 말에 괜히 사양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말씀을 들어 보니 연관스님이 쓰시던 책상을 나누어 찻상을 만드셨단다. 책상이 커서 그 크기를 줄이면서 찻상 하나 만들 정도의 여분이 남아서 나에게 주면 좋겠다 생각하셔서 연락하신 것이었다. '너에게 주면 좋을 것 같아서...' 너무 감사했다. 그 책상은 연관스님이 쓰시던 책상이다. 수월암이 불탔을 때 그 책상의 상판은 타지 않아 그것으로 다시 책상을 만들었다. 작은 불상과 책상이 수월암에서 유일하게 남은 것이었다. 천재 조각가가 앉은뱅이 책상을 다시 의자 책상으로 만들었다. 무슨 나무라고.. 엄청 좋은 나무였는데 까먹었다.ㅠ 봉암사에서 연관스.. 2024. 4. 23. 각각의 계절 은 7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권여선의 소설집. 언제나 권여선의 글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행복하지도 활기차지도 않지만 그냥 살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기억의 착각, 불통, 소외 등의 문제 속에서 공허한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엄마와 딸의 관계가 눈길을 끈다. 여성 작가의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엄마와 딸의 관계. 전에는 나와 엄마의 관계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것에 덧붙여 나와 내 딸아이의 관계를 생각한다. 소설에는 자애로운 모성을 가진 보편적인 엄마보다는 불편한 관계가 많이 등장한다. 때로는 약하고, 때로는 집요하고, 때로는 매정하고, 때로는 탐욕스러운.... 그런 엄마의 모습. [실버들 천만사]에 등장하는 모녀 관계. 이혼하여 따로 살고 있는 엄마와 여.. 2024. 4. 18. 세월호 울 만큼 울어야 이야기할 만큼 이야기해야 소리칠 만큼 소리쳐야 소리치고 통곡하고 웅얼거리고 발버둥치고 할 만큼 해야 애도가 될 터인데 세월호는 눈물버튼이다. 말만 들어도 생각만 해도 벌써 코가 시큰하고 눈가가 빨개진다. 10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세월호는 울컥이다. 시민위원으로 많이 가입했으면 좋겠다. https://10thcyclecommittee.org/commit_info.php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10thcyclecommittee.org 2024. 4. 15. 돌미나리 정말 정말 오랜만에 돌미나리를 채취(?)했다. 간청재 초기 시절 미나리 엄청 많이 먹었었다. 무쳐 먹고, 생으로 쌈처럼 먹고, 샤부샤부로 해 먹고... 최고로 많이 먹은 것이 부침개다. 그때는 이것저것 마구 넣어 부쳐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여한 없이 먹고 나니 미나리가 사방에서 올라와도 그저 잡초처럼 보였다. 몇 년 미나리는 먹지 않았었다. 엊그제 부추를 자르면서 옆에 보니 미나리가 빽빽했다. 미나리 조금만 잘라볼까? 한 움큼만 잘라서 잘 씻었다. 어제까지 빡세게 일하고 온몸이 욱신거리는데 마침 오늘 비가 온다. 뒹굴거리며 책을 읽었다. 일하고 들어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대충 냉동실 뒤져 먹거나 고구마 감자 등등을 먹는다. 그런데 오늘처럼 집에 있으면 무엇이라도 만들어 먹는다. .. 2024. 4. 15. 밭갈이 총선 때 밭을 갈지는 못했지만(ㅠㅠ) 우리 집 텃밭은 갈았다. 며칠 사전 작업을 하고 본격적인 삽질로 밭이랑을 만들고 퇴비를 뿌렸다.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니 허리가 아우성이다. 역시 삽질은 힘들다. 마루에 누워 창문을 통해 보니 뒷마당 축대 위 엄나무에 순이 다 폈다. 아니 벌써? 벌써가 아니다. 정신이 없어서 챙기지 못했네... 아래 땅 엄나무를 보러 가니 완전히 잎이 다 피어 버린 나무도 있고 아직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엄나무도 있다. 같은 장소에 나란히 있는 나무들인데 순이 올라오는 것은 왜 제각각일까?? 엄나무 순도 따고 머위도 조금 잘랐다. 표고목에 몇 개 달린 못생긴 버섯도 땄다. 하루종일 삽질하고 퇴비 놓고 다듬어 놓은 밭이랑을 보며 툇마루에 앉아 흙 묻은 장화를 벗었다. 오늘 저녁은 머.. 2024. 4. 11. 교향악축제 2월 말쯤에 예매했던 콘서트에 다녀왔다. 표를 예매할 때는 콘서트 가고 싶은 마음에 들떴었는데 한 달 넘게 잊고 있었다. 마음이 동할 때는 알맞은 공연 찾기가 힘들다. 게다가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좌석이나 기타 등등 조건이 애매할 때가 많다. 그러니 한 두 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바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ㅠ 그래도 다시 콘서트에 간다는 생각을 하니 설레기는 했다.ㅎㅎ 4월 한 달 동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 축제는 전국의 국공립 오케스트라가 참여한다. 내가 본 공연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두 명의 협연자가 함께 했다. 첫 번째 순서는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두 번째는 비올라협주곡, 마지막은 베토벤 8번 교향곡이다. 비올라협주곡이 기대되었다. 많이 들을 수 없기도.. 2024. 4. 9. 밥 먹다가, 울컥 셰프이자 작가인 '박찬일'의 산문집. 시사인에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자신의 추억과 음식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사실 추억의 8할은 음식이다. 음식을 보면 누군가 생각이 나고, 그 사람과 함께 했던 분위기 감정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와 먹었던 음식이 생각나고 그때의 분위기가 생각난다. 이번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거쳐간 사람들과의 소설 같은 추억들을 어렵게 꺼내 보인다. 때로는 너무 그리워서 수년간 입에 올리지 못했던 사람을, 서럽고 고달파서 쉬이 삼키기 어려운 주방노동자들의 사연을, 또 때로는 서울 변두리 동네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면서 연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어루만진다. 박찬일은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잡지사 기자 생활을.. 2024. 4. 3.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