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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痛飮大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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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김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살다 보면 도시로 한 번 움직일 때 이런저런 일을 모아 모아서 움직이게 된다. 읍내에 나가더라도 한 가지 일로 나가지는 않는다. '간 김에...' 이 말이 붙어 이런저런 일을 하고, 돌아올 때도 '또 뭐 살 것은 없나?' 다시 생각해 보고 돌아온다. 하물며 서울 한 번 움직일 때는 '간 김에...'가 더 확장되어서, 어떤 때는 주된 목적보다 더 거대한(?) 일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번 연휴에 아빠 보러 다녀왔다. 아빠 납골당에 모두 모인 것은 오랜만이다. 엄마와 그녀의 자식과 그들의 배우자들이 모두 모였다. '조금 있으면 아빠가 제일 젊겠다.. 우리들은 늙어가는데...' 함께 점심을 먹고, 날짜를 잡은 조카의 결혼을 이야기하고, 더불어 결혼식 참석을 위한 양복에 대해 걱정하고.... 2024. 3. 4.
정월 대보름 올해는 보름달이 보고 싶었다. 그냥 많이 보고 싶었다. 정월 대보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간 적이 훨씬 많지만 올해는 왜 그런지 달이 보고 싶었다. 툇마루에 앉아 와인 홀짝거리며, 달 보며 달에게 중얼거리며 그렇게 보내고 싶었는데... 보름날 밤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달은 틀렸다...ㅠ 다스뵈이다 보면서 우리 집 예쁜 땅콩을 안주 삼아 언제나처럼 반주가 길어지는 술상이 계속되었다. 총선 경남지역 분석을 보면 거의 전체가 빨간색. 그중에도 내가 사는 곳은 엄청 넓은 지역이고 빨간색도 진하다. 김어준 말에 의하면 예수님이 와도 안 되는 곳. ㅎㅎ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갑자기 덧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서 인기척이 났다. 화들짝 놀라서 문을 열어 보니 옆 골짜기 스님이시다. 눈 내리는 깜깜한 밤에.. 2024. 2. 25.
우와~ 오!!! 3일 내내 비가 내렸다. 사방에서 개구리가 울어댔다. 어젯밤까지 비 오는 소리를 듣고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이 하얗다. 그렇게 주구장창 비가 내리더니 밤새 눈으로 바뀌었나 보다. 우와~~ 이쁘다. 게으른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 예쁜 풍경이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조금씩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입 벌리고 구경하는데 앗! 홍매가 피었다. 비가 와서 마당에도 잘 나가지 않았더니 홍매가 핀 것도 몰랐다. 오늘 하얀 눈 속에 붉은 빛이 보여 알게 된 것이다. 오!!!! 눈 속에 붉은 매화가.... 이쁘다. 눈 풍경에 우와~~ 하고 나갔다가 매화 보고 오!!! 2024. 2. 23.
뜨개실 처리 전에 만들었던 스웨터를 다시 풀어 옷을 뜨면서 남는 실들로 모자를 떴다. 그렇게 남은 실들을 처리하면서 다락에 있는 실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뜨개질 시작하면서 실을 구입할 때 서비스로 받은 실들이 있었다. 한 번 주문할 때마다 두 볼의 실을 서비스로 받았는데 색상과 질감이 천차만별이다. 두 볼의 실로 완성된 옷이나 소품을 뜨기 어려워 그냥 방치했었는데 어떻게든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스웨터나 소품을 뜨고 남은 실들과 함께 무언가 만들기로 했다. 한 가지 색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조각보 만들 때처럼 조각무늬 스웨터를 떠 보기로.... 색상 되는 대로, 대충 실의 굵기를 맞춰서 만들었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아무리 되는 대로 떠 나간다고 해도 색상이 영 말도 안 되게 배치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 2024. 2. 21.
늦은 세배 설 명절 보내느라 서울에 다녀와 한숨 돌리고 있는데 수경스님으로부터 사진과 문자를 받았다. 처음에는 녹두를 몰라 봐서, 뭐지? 했었다. 그리고는 연관스님 나무에 정갈하게 차려진 올림상을 봤다. '박남준이 어제는 연관스님께 빈손으로 가 세배만 하고 왔단다. 오늘은 미안해서 연관이 좋아하는 녹두전 부쳐 차 한잔 올리고 왔나 봐' 명절에 특별히 연관스님을 찾아뵙지는 않았었다. 특히 설에는 동안거 중이셔서 명절 세배 이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동 섬진강에 다녀와야겠다. 돌아가시고 나니 늦은 세배라도 올리게 되는구나... 엊그제 섬진강에 다녀왔다. 스님이 좋아하셨다는 녹두전도 향기로운 차도 없지만 소주 한 잔 올렸다. 그리고 용가리와 세배를 했다. 늦은 세배를 올렸다. '친구가 참 그립다'는 수경스님의 문자... 2024. 2. 17.
눈록색의 작은 풀싹 일요일 오후, 담요 털러 나가서 양지바른 곳의 모래흙을 가만히 쓸어보았더니 그 속에 벌써 눈록색의 풀싹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봄은 무거운 옷을 벗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던 소시민의 감상이 어쩌다 작은 풀싹에 맞는 이야기가 되었나 봅니다. 에 언급되는 계절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곳 간청재에 살면서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서울에서는 책 속의 다른 이야기들이 더 많이 생각났었는데 이곳에 살면서는 감옥에서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한 언급이 더 잘 생각이 난다. 며칠 날씨가 궂고 을씨년스러웠는데 어제부터 해가 반짝거리고 날이 화창해 미뤘던 청소를 했다. 비 오는 날은 어김없이 고양이들의 발자국이 툇마루에 어지럽다. 청소하면서 앞뒤 툇마루와 누마루도 깨끗이 닦았다. 그러면 뭐 하나... 마루를 닦고 돌아.. 2024. 2. 8.
올드 코리아 Old Korea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1919년 3월 한국에 처음 방문한 이래 여러 차례 한국을 여행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자연, 생활 모습을 담은 수채화와 채색 목판화를 많이 그렸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사실적인 그림과 그림에 대한 설명, 언니 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의 글을 더해서 당시 한국의 생활 모습과 사회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는 책 를 1946년 출간했다. 이 책은 2006년 번역 출간된 에 옮긴 이 송영달 교수가 자신이 수집한 그림을 더 하고 해제를 붙여 원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그림을 수록한 완전 복원판이다. 당시에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들, 선교사 교육자 여행자들이 남긴 그림이나 글은 지금도 볼 수 있지만 엘리자베스 키스의 글과 그림은 조금 남다르다. 일단 키스 자신이 열린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2024.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