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풍농월392 오디와 산딸기 틈틈이 오디도 털고 산딸기도 땄다. 대파에 흙을 부어 주고 텃밭 상추도 정리하고 단비에 쑥쑥 자란 풀도 뽑았다. 면사무소에 가서 제적등본이라는 것도 쉽지 않게 떼어보고 세종시와 부산에 이틀 간격으로 다녀오며 틈틈이 빨래도 널었다. 금요일 밤에 내려왔던 딸아이가 오늘 아침 올라가고 용가리는 낮잠을, 나는 반신욕을 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한 소절이 입에서 맴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오디도 산딸기도 상추도 풀도 꽃들도 다들 묵묵히 달라진 것 없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나는 붕 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달라진 것도 없다. 여전히 바느질도 하고 딸아이와 웃으며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용가리와 오디를 털었다. 웃으며 저녁을 먹다가 .. 2022. 6. 12. 힘내라!! 포트에서 자라고 있던 모종을 옮겨 심었다. 한 달 반이 넘게 두었지만 잎이 하나 나오고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 같다. 잎이 커지지도 않고 다른 잎이 더 나오는 것도 드물었다. 장에서 파는 모종의 반의 반도 안 되는 크기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밭이랑에 옮겨 심으니 헛웃음이 났다. 얘네들 어쩌면 좋니....ㅠㅠ 그저 파이팅!! 만 외칠뿐이다. 날씨 앱에서 비가 온다는 것을 확인하고 심었는데 그날 저녁 비가 오지 않았다. 정말 정말 가뭄이 심하다. 이틀 걸러 물을 주고 있지만 땅은 딱딱하고 바스락거린다. 우리는 비닐을 덮지 않고 그냥 맨 땅이라서 더 심한 것 같다. 날씨 앱을 다시 들여다봐도 비 소식은 없다. 지난주도 비 소식이 있었는데 흐리고 말던가 그냥 살짝 흩뿌리고 끝났다. 이번 주말에 비 올 .. 2022. 6. 1. 마삭줄 드디어 마삭줄 꽃이 피었다. 6,7년이 넘었을 것이다. 옆 골짜기 스님 암자에서 마삭줄을 얻어와 축대와 돌담 밑에 심었었다. 손가락 마디 같던 마삭줄 몇 줄기가 쑥쑥 자라서 돌담과 축대를 타고 그 세력을 엄청 확장했다. 마삭줄을 보면 꽃이 필 것 같지 않은데 꽃이 핀다고 들었었다. 게다가 향이 매우 좋다고까지 했다. 우리 집 마삭줄은 언제 꽃을 피울 것인가.. 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그 꽃을 보고야 말았다. 며칠 전 마삭줄 덩굴에 하얀 것이 보였다. 뭐지?? 다가가 살펴보니 꽃이 핀 것이다!!!! 우와~~~ 감동~~~ 이맘때 항상 진한 향과 함께 기쁨을 주던 작약이 올해도 만발했다. 가뭄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꽃은 탐스럽게 피었다. 2022. 5. 24. 두근두근 꼭 다물고 있는 꽃 봉오리를 보면 두근두근.... 여기저기 꽃들이 얼굴을 내미는 요즘이다. 항상 꽃씨는 봄에 심어야 하는 줄 알았던 내가 작년에는 가을에 꽃씨를 심었다. 마당 앞 축대 뒤에는 온갖 잡초와 칡으로 난리도 아닌 곳인데 그곳에 수레국화 꽃씨를 뿌렸었다. 이른 봄 잡초를 대충 뽑아내고 씨를 뿌렸었는데 몇 해는 수레국화가 잘 올라왔지만 얼마 전부터 꽃이 많이 없어졌다. 다시 씨를 뿌려도 잡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양귀비꽃은 아예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 마음먹고 잡초 뽑고 수레국화와 양귀비 꽃씨를 뿌렸다. 가을에 뿌린 씨는 일찍 싹이 나고 겨울을 보냈다. 봄에 싹이 날 줄 알았던 나는 얼어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렇게 겨울을 났다. 그러고는 잡초들보다 일찍 커서 오히려 잡초들 기를.. 2022. 5. 15. 마음이 비료 얼추 텃밭이 채워졌다. 대파 심을 곳만 남겨 두고 모종을 심었다. 조바심 내다가 일찍 심어 냉해와 강풍 피해를 입었었는데 올해는 느긋하게 기다리다 조금 늦게 심었다. 그런데 늦게 심은 것도 아닌 것 같다. 마을 텃밭에 아직 심지 않은 곳도 보이니 말이다. 고추와 땅콩을 건너뛰니 텃밭이 널널하다. 퇴비 섞어 마련해 둔 이랑에 작은 모종을 옮겨 심을 때면 저절로 속삭이게 된다. 아프지 말고, 낯설어하지 말고 편안하게 잘 커라~~ 당분간 매일 들여다 보고 물 주고 속삭이게 될 것이다. 양양 선배가 건네준 조선 오이와 단호박 씨앗을 포트에 심었는데 어째 자라는 것이 신통치 않다. 4월 초에 심었는데 싹이 늦게 트고 아직 튼튼한 잎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밭에 심을 수 있을까..ㅠ 선배에게 사진 보내며 물어보니.. 2022. 5. 5. 고사리 시즌 어렴풋 트로트 음악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고사리 시즌이 본격 시작된 듯싶다. 간청재 주변 산비탈 고사리 밭이 많다. 몇 자루씩 고사리를 꺾는 분들은 트로트 음악을 틀어 놓고 하시는 경우가 있어 이맘때 들을 수 있는 배경 음악이다. 나도 두 번 고사리를 꺾었다. 우리 집 고사리는 그냥 야생 고사리 수준이라서 양도 얼마 되지 않고 풀 때문에 몇 번 꺾지도 못한다. 그렇게 서너 번 꺾은 고사리는 대부분 서울로 보낸다. 용가리와 나는 생선 조림할 때 두어 번 고사리를 넣어 먹는 것이 전부다. 용가리는 고사리 싫어한다. 내가 먹으니 그저 조금 거들뿐... 서울에서 고사리를 받는 엄마는 그렇게 좋아하시며 친한 친구분께만 아껴가며 나눠 주신다고 하니 잡초밭 헤치며 고사리 끊는 것을 그만 둘 수가 없다. 기타 등등 다.. 2022. 4. 26. 모두가 제각각 해마다 이맘때면 느끼는 것이지만 감자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 여린 감자 싹이 단단한 땅의 표면에 균열을 내면서 올라온다. 작은 지진이 일어난다. 사실 감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파랗게 올라오는 모든 것이 그렇다. 그래도 눈으로 보기에는 감자가 최고다. 나에게도 그런 에너지가 있었으면 하는 요즘이다....ㅠ 우리 집 감자들은 싹이 나오는 애, 많이 나온 애, 이제 땅이 갈라지는 애, 아예 소식도 없는 애... 천차만별이지만 아랫집 프로 농부 할머니 감자는 어쩜 그렇게 균일하게 싹이 나는지... 감탄스럽다. 거의 동시에 거의 비슷한 크기로 좍~~ 면에 있는 우체국 가느라 엊그제 나가면서 봤더니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어 보인다. 부럽.... 엄나무의 마음도 모르겠다. 똑같은 자리에 똑같이 .. 2022. 4. 17.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