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풍농월392 칠선계곡 지난주 칠선계곡에 다녀왔다.간청재 이사 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다녀왔으니 7,8년이 넘었다.칠선계곡은 유명세가 있어 이사 오기 전에는 몇 번 갔었다.그런데 여기 살면서는 이상하게 발길이 가지 않았었다. 뱀사골계곡, 한신계곡, 칠선계곡이 지리산 3대 계곡이라는 표지판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요 며칠 지리산 계곡 다녀오면서 내친김에 3대 계곡 다 가 보자는 생각에 오랜만에 칠선계곡에 다녀왔다.두지터 지나 계곡길로 들어가 선녀탕까지...내가 생각하고 있던 기억과 많이 달랐다.역시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꾼다.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길을 따라 선녀탕까지 다녀왔다.물빛 하늘빛이 찬란했다.어둑한 숲길을 걷다 어느 순간 나뭇잎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답다.숲에서는 빛도 어둠도 그림자도.. 2024. 11. 11. 한신계곡 어제는 햇살이 좋아 백무동에 다녀왔다.오전 커피 마시며 뒹굴거리는데 조금 걷고 싶어졌다.지난번 뱀사골 계곡에 이어 이번에는 백무동 한신계곡.오후로 넘어가는 시간에 주섬주섬 양말 찾아 신고 나섰다.2,30분 거리면 지리산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이 계절에 참 복이다 싶다.아무도 없는 계곡길을 걸어 물소리 들으며 가내소 폭포까지 다녀왔다.참 좋다. 참 예쁘다. 오늘은 운치있게 비가 내린다.어제 백무동 다녀오는 길에 청주 한 병을 샀다.오뎅탕 끓여서 따끈한 청주 마셔야겠다. 2024. 11. 1. 물빛, 하늘빛 점점 짧아지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다.하늘이 높아진다는 느낌, 물이 깊어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뱀사골 계곡과 대원사 계곡의 그 깊어진 물빛깔을 보고 내 마음이 맑아진 느낌이다.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하늘이 너무나 파랗고 햇살도 좋아서 오랜만에 뱀사골 계곡을 조금 걷고 왔다.그리고 며칠 후 연관스님과 다녀왔던 길이 그리워 산청 대원사에 들러 밤머리재를 넘어왔다. 가을이 눈부시다. 그리고 다가올 겨울이 기다려진다.우물 속에 들어가 침잠하는 느낌의 겨울. 그 겨울이 기다려진다.마음이 끄달리는 것을 너무 힘들지 않게 넘어가고 싶다.호수같이 평온한 마음을 갖고 싶어 그것을 평생 바라왔지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그러니 그저 너무 힘들지 않게.. 2024. 10. 26. 땅콩 수확 땅콩을 갈무리했다. 보통은 10월 들어서 수확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빨리 했다. 땅콩 몇 개가 잎이 다 시들어 그것만 먼저 하려고 했는데 다른 포기들도 더 두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니 아직도 꽃이 피네?? 살펴보니 땅콩 열매에서 싹이 나와 자라서 꽃까지 핀 것이었다. 보통 땅콩 수확기가 지나면 땅콩에서 싹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시점이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적절한 수확일을 잡기는 참 어렵다. 하나의 땅콩 포기에서도 이미 싹이 나온 것, 적당하게 잘 여문 것, 덜 여문 것, 지금 막 꼬투리가 달린 것이 다 섞여 있다. 그러니 포기 포기마다 영근 것이 제각각이다. 물론 경험 많은 농사꾼들이야 잘 알겠지만, 잘 영근 땅콩이 가장 많을 때를 알아채는 것은 정말 힘들다.ㅠㅠ 그래서 한.. 2024. 10. 1. 고마워 3일 동안 퍼붓던 비가 오늘은 그쳤다. 비가 그치고 기온은 떨어졌다. 간간이 이슬비가 흩뿌리고 있지만 비가 퍼붓지는 않을 것 같다. 끝물이던 토마토와 수세미가 퍼붓던 비에 주저앉았다. 토마토는 정리하고 수세미는 다시 지지대를 세우고 돌봐 주었다. 마지막으로 먹을 만한 토마토들을 챙겼다. 토마토 지지대를 뽑고 묶었던 줄을 잘라내고 뒤엉켜 있던 줄기들을 정리해 뿌리를 뽑았다. 아직도 토마토가 달려 있고 이제 막 다시 생겨나는 꼬마 토마토들도 있었다. 토마토를 정리하면서 '고마워 정말 수고했어' 이런 말이 저절로 나왔다. 올여름 아낌없이 토마토를 내주었다. 정말 고맙다고 중얼거리며 가지들을 정리했다. 옆에 있던 고추들도 다 정리했다. 지금도 꽃이 피고 고추들이 새로 달린다. 빨갛게 되어 버린 고추들이 주렁주렁.. 2024. 9. 22. 호두 수확 호두는 보통 백로를 전후해서 수확한다고 한다.3년 전 호두나무를 발견(?)하고는 호두를 갈무리했다.처음에는 호두나무인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바닥에 열매가 떨어진 것을 보고 호두나무인 줄 알았다.사실 그냥 봤으면 그것이 호두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우리가 보통 아는 호두는 청피를 벗긴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나름 시골 생활 몇 년 하면서 마을 호두나무를 봐 왔던 것이 경험이 되어 그것이 호두인 줄 알았던 것이다!호두는 씨앗을 먹는 것이다.사과로 따지자면 사과 과육은 버리고 그 씨앗을 먹는 것이다.그런 면에서는 커피도 그렇다. 커피 열매의 씨앗을 먹는 것이다.호두의 청피는 향긋한 수박향이 난다.그런데 그 청피가 깨끗하게 잘 떨어지지 않는다.인터넷에서 청피 벗기는 것을 보면, 바닥에 내리쳐 청피가 갈라.. 2024. 9. 9. 땅콩은 누가 먹었을까? 한 달 정도 있으면 땅콩을 수확하게 된다.봄에 모종을 심어 가을에 수확하니 한 해 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땅콩을 수확해서 햇볕에 말리고 겉껍질도 까야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생땅콩을 바로 볶아 먹는 것이 정말 맛있어서 땅콩은 거르지 않고 심어왔다.분홍빛이 도는 생땅콩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나는 팬에 볶지 않고 전자레인지로 한다) 차게 식혀 먹으면 참 맛있다.물론 식히지 않으면 껍질이 까지지 않는다.ㅎㅎ겨우내 술안주로 그만이다.땅콩은 처음 심었을 때 참 신기했다.저녁 무렵이면 잎들이 오므라드는 것도 그렇지만 땅콩이 달리는 것도 신기했다.나는 땅콩이 감자처럼 생기는 것인 줄 알았다.그런데 감자랑 다르다.땅콩은 꽃이 피고 그 끝에서 빨대 같은 대롱이 나와서 땅 속으로 들어가 그 끝에 땅콩 꼬투리.. 2024. 9. 5. 이전 1 2 3 4 5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