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풍농월392 장에 다녀오는 길 지난주 토요일 장에 다녀왔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맥주와 소주도 사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웬만한 식료품들은 온라인 주문과 택배가 가능하지만 술은 그럴 수 없어서 주기적으로 장에 가야 한다. 출발할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읍내 장에 가는 길은 오도재를 넘어가는 길이 가장 가깝다. 구불거리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비가 결정이 되어서 차창에 부딪힌다.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니 그러려니... 그런데 오도재 가까이 가니 눈발이 날리면서 완전 딴 세상이다. 우리 집에서 계속 내리던 비가 이곳에서는 눈으로 계속 내리고 있었나 보다.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 4륜구동으로 바꾸고 조심조심 오도재 정상을 넘었다. 밑으로 조금 내려오자 눈 기운은 하나도 없고 추적추적 다시 비가 내린다. 읍내에서 장을 보고 이것저.. 2024. 1. 25. 곶감 올해는 감을 널지 못할 뻔했다. 집 공사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가 한창 감을 깎아 너는 때였다. 게다가 시어머니 생신 서울 나들이까지 겹쳐서 시기도 늦었고 너무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겨울 간식 곶감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아 감을 사는 농장에 전화했더니 감이 있다고 했다. 20킬로 한 상자 사서 감을 깎았다. 며칠 후 우연히 곶감을 하는 농장에서 감 깎는 아주머니들이 몸이 좋지 않아 감을 깎지 못해 곶감용 감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감 욕심이 났다. 용가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혀를 찼지만 또 감 한 상자를 샀다. 그런데 너무 힘이 들어 바로 감을 깎지 못하고 이틀 정도 두었더니 감이 너무 물러졌다. 감을 가져올 때부터 시기가 좀 지나서 무른 감이 있었는데 더 물러졌다.. 2023. 11. 14. 일이 커졌다. 2 이번 일을 하면서 좀 색다른 눈치(?)를 봤다. 우리가 일을 가을이 되어서야 하게 된 것도 목수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다. 칠을 하는 팀은 모두 3명이었는데 다른 곳 일을 하고 있는 중에 주말 이틀 시간을 내서 오기로 한 것이었다. 그 팀은 우리가 일을 부탁한 목수와 함께 일을 했던 팀은 아닌 것 같고 그중 한 분만 친분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집 지붕과 천장이 높아서 비계 (飛階-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 )를 설치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목수가 말했었다. 공사 첫날 아침 일찍 그 설치물을 탑차 하나 가득 싣고 와서 그것을 내리고 집 내부에 설치했다. 물론 목수와 용가리, 나. 이렇게 세 명이서 했다. 칠하는 사람들이 이용하.. 2023. 11. 7. 일이 커졌다. 도배만 하려고 했었다. 간청재도 얼추 10년이 되어간다. 나무집에 입힌 하얀색 한지에 나무색이 배어나오며 누르스름한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넓지 않은 집이니 둘이서 사부작사부작할 수도 있겠으나 마루 천장이 너무 높아서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간청재를 지었던 목수에게 연락했다. 장작 지붕을 만들었을 때나 기타 다른 문제가 있을 때 가끔 연락은 했었다. 연락을 받은 목수는 '지금쯤 연락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단다. 10년 정도 되면 여기저기 손을 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봄에 하려고 연락을 했지만 목수님의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여름을 넘겨 추석 전에 한다고 했다가 결국 10월 말이나 되어서 일을 시작했다. 일단 내부 벽은 칠을 하기로 했다. 그 편이 내구성이나 나중에 보수할 때도 더 편.. 2023. 11. 7. 가을, 가을하네요! 가을,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마른 가지와 꽃대가 바람에 부러진다. 마당을 정리할 시기다. 두더지 굴도 눌러 놓고(물론 다시 또 뚫어 놓겠지만) 도라지, 작약 꽃대도 잘라 주고 마르고 시든 다른 꽃잎들도 정리했다. 그리고 수국과 구절초를 조금 심었다. 택배로 온 식물들을 보니 어찌나 포장을 기가 막히게 잘했는지.... 내년을 생각하고 구절초를 주문했는데 꽃이 아직 피어 있는 채로 왔다. 사실 국화를 심고 싶었는데 전화로 문의하니 국화는 여러 해 꽃이 잘 피기 어렵단다. 특히 노지에서는.. 어쩐지 국화꽃 화분을 몇 해 계속 심어도 겨울 지나 다음 해에 건강하게 살아나지 못했다. 대부분 국화는 꽃피운 화분으로 많이 본다고 했다. 마당에 심어 놓고 여러 해 살면서 튼튼하게 꽃 피우기는 어려운가 보다. 전화로 물.. 2023. 10. 22. 가을빛깔 화사한 봄꽃, 살벌한 여름의 녹음, 울긋불긋 가을 단풍, 순백 하나의 색으로 덮어버리는 겨울의 눈 풍경... 도시와 다르게 계절이 바뀌는 것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는 특히 시각적 호사를 많이 누린다. 그중에서도 나는 논이 참 이쁘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찰랑거리게 대 놓은 논도 좋고, 모내기를 막 끝냈을 때의 논도 이쁘고, 초록초록 쑥쑥 자라는 논도 싱그럽고, 추수를 끝낸 논의 풍경도 아름답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알곡이 익어가는, 수확을 기다리는 논이 제일 환상적이다. 황금색 논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바람이 지나가면서 한바탕 일렁임을 만들어 놓으면 정말 감동적이다. 논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파도와 같은 벼들의 움직임이란! 넓게 펼쳐진 논도 멋지고 층층이 다랭이논도 아름답다. 일 년 중 .. 2023. 10. 16. 땅콩, 가을 올해 마지막 수확물 땅콩을 갈무리했다. 아직 수세미가 남아 있지만 수세미는 기약이 없다. 처음 두 개는 잘 말라서 수세미를 만들었는데 그 후로 달려 있는 수세미들은 아직도 파릇파릇하다. 수세미는 그냥 방치 모드로 나가기 때문에 사실상 신경 쓰고 거둬들일 작물은 다 끝난 것이다. 무, 배추, 쪽파를 심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 텃밭을 비울 수 있게 되었다. 무는 조금 심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8월이 너무 더워서 삽 들고 밭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 많고 달큰한 무와 고소한 배춧잎을 생각하면 아쉽지만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마당에서 서성거리다가 툭... 투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밤이 떨어지는 소리.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밤송이가 떨어진다. 반짝거리는 알밤을 한 바구니 주워 삶아 .. 2023. 10. 10. 이전 1 2 3 4 5 6 7 8 ··· 56 다음